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의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불을 끈 채 일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기 절약을 위해 낮 시간대에는 꼭 필요한 전등을 제외한 모든 조명을 끄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1분에 전국의 예비전력은 450만 kW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경보 ‘준비’가 발령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일 오후 예비전력이 전력공급 능력의 6.25%로 뚝 떨어지면서 전력수급경보 첫 번째 단계인 ‘준비’가 발령됐다. 이른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데다 불량부품을 사용했던 원자력발전소가 여럿 정지한 탓이다. 이날은 민간 발전 기업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비상 조치로 정전 사태 위기는 넘겼지만 다음 주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원전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원전 및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31분에 전력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를 발령했다. 전력거래소가 올해 하절기 들어 ‘준비’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준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총 5개 경보 단계 중 가장 낮은 수위. 오후 2시 45분에는 전력수요가 5901만 kW까지 뛰어오르며 전력공급 능력인 6295만 kW에 근접했다. 순간 예비전력은 394만 kW(예비율 6.25%)로 곤두박질쳤다. 전력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전력 300만 kW 이상 400만 kW 미만)에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경보 기준인 ‘20분간 지속’ 요건이 되기 전에 수요가 떨어져 1단계에 머물렀다.
이날 전력 당국은 예비전력이 급감하자 민간 발전기를 운영하는 10개 기업에서 공급전력 45만 kW를 끌어오고, 전압 조정을 통해 53만 kW를 비축했다. 원전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총 98만 kW를 추가 공급해 위기를 모면한 것. 전력경보는 발령된 지 4시간 19분 만인 오후 5시 50분 해제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불량부품 교체와 계획정비 등의 이유로 전국 23기의 원전 중 10기가 가동을 중단한 데다 화력발전소 등의 발전기 고장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력거래소가 내놓은 ‘2012년도 전력설비 정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기 고장건수는 196건으로 전년보다 67.5%나 증가했다. 전력거래소는 “건설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발전소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돼 고장이 늘고 있다”며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에 고장 가능성이 높아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원전 비리와 관련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이 전력 다소비 기업 20곳의 임원들을 만나 절전을 요청하는 등 정부는 전력소비 줄이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윤 장관은 “산업계에 절전 협조를 요청해 송구하다”며 “8월에 전력의무 감축 비율(업체별로 전년 동월 대비 3∼15%)을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