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말반도 가스전 프로젝트… 16척의 LNG운반선 수주 경쟁 치열
플랜트 세계 1위 국내 조선사 아성에… 日은 합작사로, 中은 저가공세로 추격
글로벌 조선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조선업체들이 16척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수주금액이 총 6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한 야말 반도의 초대형 가스전을 개발하는 야말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2016년부터 매장량 1조 m³가 넘는 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해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사업 주체인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테크는 6조 원 규모의 LNG운반선 16척을 5월 초 공개입찰에 붙였다. 이 입찰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국내 4개 대형 조선사가 모두 참여했다. 또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조선업체들과 중국의 대형 조선사, 러시아 조선사까지 참여해 치열하게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노바테크는 올해 안에 수주 업체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LNG운반선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2016년까지 16척을 만들어야 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조선 강국인 한중일 3국 조선업체들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처다.
1980년대까지 일본이 세계 조선시장을 주름잡았다면 2000년대까지는 한국 조선회사의 전성기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업체들이 한국 조선회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과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세계 해운·조선시장 분석기관인 클라크슨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글로벌 상선시장에서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50%에 이른다.
1980년대 선박 설계 부문에 투자를 게을리 한 일본 조선회사들은 발주처의 요구에 맞게 설계를 변경하며 대응하는 한국 조선회사와 저가 수주에 나선 중국 조선회사에 밀렸다. 그러나 최근 일본 조선회사는 합병과 합작사 설립 등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 초 일본에서는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도 4월 ‘MI LNG’라는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중국은 소형 LNG선으로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비해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다. 특히 해저에서 원유를 채취해 가공, 운반하는 설비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되면 대부분 국내 조선 ‘빅3’가 수주하고 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협회 김외현 회장은 “일본 정부는 자국 조선회사의 해양사업 진출을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고 중국 조선소들은 자국 인근 해역에서 진행되는 유전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플랜트 분야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며 “일본,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려 글로벌 1위 자리를 굳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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