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싱가포르의 중계무역 계열사를 통해 최소 1000만 달러(약 112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 같은 비자금 의혹은 과거 CJ그룹에 대한 국세청 조사와 검찰 내사 등을 통해 드러났던 혐의들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이번 수사팀이 최근 새롭게 찾아낸 혐의다. CJ그룹과 이 회장은 2008년 국세청이 4000억 원대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적발한 이래 지난해 초까지 수차례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비자금 조성을 계속한 혐의가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였던 신모 부사장(구속 수감 중)이 2010년부터 운영해 온 싱가포르 곡물 사료 중계무역업체 C사의 거래 수수료와 수익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최근까지 모두 1000만 달러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신 부사장이 C사에 쌓아 둔 비자금을 단계적으로 이 회장 개인의 비밀 계좌에 송금해 왔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회계자료와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CJ그룹 국내 계열사들이 C사와 거래하면서 결제대금을 실제보다 많이 지급한 뒤 남은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2006년 세워진 C사의 대주주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이 페이퍼컴퍼니의 실제 소유주는 이 회장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신 부사장이 C사 대표를 맡은 2010년 이후 급성장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회장이 신 부사장에게 그룹의 일감을 몰아주면서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지시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C사는 CJ그룹을 위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원당(原糖·정제하지 않은 설탕 원료), 대두분(콩가루), 사료용 주요 곡물 등을 대량 구입해 중계해 왔다. 2011년에는 중국과 인도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한편 검찰은 CJ그룹의 해외 비자금 운용 의혹을 밝히기 위해 CJ차이나 임원 김모 씨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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