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도 ‘인터넷 시장’ 쟁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 저금리 기조에 돌파구 찾기 나서

직장인 김희영 씨(30·여)는 최근 암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 직후 인터넷으로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 상품의 월 보험료는 9500원. 보험설계사가 소개한 상품에 비해 6000원 정도 쌌다.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 보험에 가입해도 될지 불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의 설명이 ‘유방암에 걸리면 1000만 원, 암으로 사망하면 5000만 원 지급’ 등으로 쉽고 간단했다. 김 씨는 납입 기간 10년 동안 70만 원 이상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터넷으로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김 씨처럼 알뜰한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인터넷 다이렉트 보험이 각광받고 있다. 이 보험은 인터넷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보상 신청이나 보험금 수령 절차도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보험설계사를 거치지 않으므로 수수료가 적게 들고, 그만큼 보험료는 싸다.

○ 인터넷 전용 보험, 젊은층에 인기


과거 인터넷 보험 상품은 자동차보험 위주였다. 요즘은 생명보험사들도 잇따라 인터넷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인터넷 보험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본 것. 저금리 탓에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목적도 크다.

KDB생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인터넷 전용으로 정기보험(정한 기한 내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는 상품), 어린이보험, 암 보험 등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4월 연금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신한생명도 이 4종류의 보험을 4월부터 팔고 있다. IBK연금보험도 인터넷 전용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 상품들의 보험료는 암보험 등 보장성보험일 때 기존 상품의 60∼70%다. 연금저축보험은 가입 후 1년 동안 집중적으로 떼 가던 설계사 수수료가 사라지면서 초기 환급률이 크게 상승했다. 보통 1년 만에 해지했을 때 낸 돈의 60% 미만을 돌려받았지만 인터넷 전용의 경우 96% 이상 돌려받는다.

대형 생보사들은 아예 인터넷 보험만을 파는 자회사 설립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교보생명은 올해 10월경 인터넷 보험사를 세울 계획이다. 업계 2위를 다투는 한화생명도 인터넷 전용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 “민원 늘고 이미지만 떨어뜨릴 것” 우려도

보험사들이 인터넷 보험 사업에 적극적인 데 반해, 영업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생보사 설계사로 일하는 서모 씨는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가입하면 나중에 민원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설계사들은 “고객들이 체감하는 보험료 절감 액수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설계사들이 받는 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고객들에 대한 사은품 등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험설계사 김모 씨는 “인터넷 상품의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크게 싸다면, 고객들이 오히려 ‘보험사가 그동안 이렇게 많이 떼먹어 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소수 경영진이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내부 반발도 나왔다.

인터넷 보험이 활성화되면 보험 시장도 실속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설계사나 콜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은 후 보험 계약은 인터넷을 통해 하는 방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꼼꼼히 살핀 뒤 실제 구매는 인터넷 쇼핑으로 하는 고객이 많은 것과 비슷하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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