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김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 생산량은 ‘꿈의 생산량’으로 불리던 1억 속(束·1속은 100장)을 처음 돌파했다. 이전까지 최대 생산국이던 일본은 8500만 속에 그쳤다. 수출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2010년 1억519만2000달러로 1억 달러를 처음 넘어선 한국의 김 수출액은 지난해 2억2021만9000달러로 2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 미국 유기농마트와 공립학교 뚫다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한국 김에 ‘Gim’(김)이라고 쓰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외로 수출된 국산 김 제품은 영어 ‘seaweed’라고 적거나 일본어로 김을 뜻하는 ‘nori’(노리)로 표기됐다. 일본이 초밥용 김인 ‘마키’를 앞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해 서양인들 사이에서 ‘김은 일본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한국 상품을 가져다 현지 업체들이 포장용지를 덧씌우는 경우도 많았다. 한번 익숙해진 이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들어 일부 수출용 김 상품에 ‘Gim’이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다. 동원F&B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 수출하는 제품에 ‘Kimmy’(키미)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한국 김을 수입하는 지역도 아시아에서 점차 미주, 유럽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1990년대 20여 개국에 불과하던 한국 김 수입국은 현재 70여 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미국 태국 캐나다 러시아 영국 브라질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한국 김의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떠오르는 시장은 미국이다. 국가별로는 지난해 12월까지 일본이 한국 김을 가장 많이 수입했으나 올해 1월부터 미국의 수입액이 일본보다 많아졌다. 미국에선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고급 유기농 마트인 홀푸즈마켓이나 트레이더조스에서도 한국산 조미 김이 인기를 끌고 있다. aT 관계자는 “최근에는 미국 내 일부 공립학교 스낵바에서 한국 김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 얇고 부드러운 한국 김의 경쟁력
왜 한국 김이 인기일까. 원래 해외 김 시장은 일본 김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김은 서양에서 ‘블랙 페이퍼’라고 불리며 식재료로 선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이 1980년대 후반부터 초밥용으로 수출해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화시켰다. 한국 일본 중국 등 3개국은 대표적 김 생산국으로 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부터 동원과 사조 등이 김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의 김 수출업체는 100여 곳으로 늘었다.
‘김 종주국’으로서 일본의 위상은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김의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추락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일본이 생산량을 줄이는 가운데 한국의 김 재배업체들은 생산시설 효율화에 힘써 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백은영 박사는 “국내에선 김 재배용 그물인 책(2.2m×40m)당 생산량을 기존 160속에서 최근 188속까지 끌어올렸다”며 “한국은 생산 효율화를 통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나 중국산과 달리 돌김 재래김 파래김 등 종류가 다양한 점도 한국 김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김을 잘게 부순 뒤 양념을 가미한 ‘조미김’은 새로운 한류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미김은 해외에서 반찬용뿐만 아니라 안주용으로도 인기다. 동원F&B 관계자는 “한국산 김은 유독 얇아 조미했을 때 양념이 잘 밴다”며 “뻣뻣한 일본 김이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라고 말했다. 품질은 좋지만 일본 김에 비해 여전히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것은 한국 김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에선 김을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aT는 올해 초 세계 3대 요리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연계해 고급 레스토랑에서 활용할 수 있는 16종의 김 요리를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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