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대형세단에만 주력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자동차회사다. 쌍용차는 국내 판매 비중의 94%를 SUV로 채우고 있지만 대형세단 ‘체어맨’의 존재가치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1997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이전을 받아 개발한 최초 모델이 출시된 이래 16년간 체어맨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급 대형세단이라는 입지를 지키고 있다.
올 3월 서울모터쇼에 출시된 ‘체어맨W BOW 에디션’은 체어맨 시리즈의 최신형이다. ‘움직이는 집무실’이라는 표제를 내걸고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국산 4륜구동 대형세단이라는 특징도 있다. 차의 동력성능과 편의장치, 인테리어 장식 등 면면을 살펴보면 80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이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승에 사용된 체어맨W BOW 에디션 CW700 4트로닉(TRONIC)은 최고출력 250마력의 3.6L급 6기통 가솔린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무게 2t이 넘는 이 차에 250마력의 출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의외로 큰 아쉬움은 없었다. 엔진의 특성은 고속주행보다는 일상주행 중의 편안함과 정숙성에 초점을 맞췄다. 공회전 시의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속도감이 진중했다. 4륜구동의 안정성도 이 차에 가치를 더해준다. 서스펜션(차량 하단 충격흡수장치)은 고급 사양인 독립식 멀티링크를 장착해 편안하면서도 기민한 승차감을 느끼게 해준다.
VIP가 주로 이용하는 등급의 차인 만큼 안전장치도 충실하다. 정속 주행을 돕는 액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작동 중 전방은 물론 옆 차로에서 달리는 차량과의 거리를 측정해 충돌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 준다. 이 밖에도 급제동 시 뒤따라오는 차에 위험을 알려주는 긴급 제동신호 장치,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제동압력 보조장치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췄다.
고급차는 실내외의 고급스러움도 구매를 고려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차 이름 ‘BOW’는 스코틀랜드의 고급 가죽가공업체인 브리지오브웨어(BOW)를 뜻한다. BOW로부터 공급받은 가죽으로 꾸민 이 차의 시트는 촉감이나 앉았을 때 몸에 감기는 느낌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외관은 최근 추세에 맞춰 반짝이는 크롬장식을 최대한 줄여 정갈한 느낌을 준다.
이 차의 뒷좌석에 앉는 승객은 적잖은 호사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은 원래 3명이 앉을 수 있지만 이를 넓게 쓰기 위해 2인승으로 줄였다. 대형세단 차주가 주로 뒤에 앉는다는 점을 감안해 뒷좌석을 여유롭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스마트 기기 수납함에는 무선충전패드를 적용해 이동 중에도 자유롭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나 서류를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2단 개인 수납함도 눈에 띈다.
앞 열 조수석 시트는 앞쪽으로도 40도가량 기울일 수 있게 했는데, 뒷좌석에 앉는 승객의 전방 시야를 확보해주기 위한 설계다. 통풍 기능과 열선 기능이 내장된 시트는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실내 공기를 정화해주는 공기청정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후방 차양막 등 고급차다운 면모가 곳곳에 숨어 있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7.5km이며 가격은 8543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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