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기고]인간공학기술 더해 ‘아늑하게 편안하게’

자동차 시트의 진화

레카로의 스포츠 타입 시트 2종과 볼보 시트.(사진 윗쪽부터)

시트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다. 자동차를 달릴 수 있게 하는 엔진이나 제때 멈출 수 있게 하는 브레이크, 자동차를 땅 위에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타이어도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시트에 앉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부품이라도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인 시트의 발전이 더뎠던 게 사실이다. 자동차의 경우 가죽으로 마감하기만 해도 ‘좋은 의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1년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시기 동안 햇빛을 보기 힘든 북유럽 국가들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 가구의 발전이 가장 진보적인 곳이다. 실용성과 단순함, 미적인 요소를 고루 갖춘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철학은 북유럽산 자동차 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볼보는 지금도 전문가들이 ‘최고의 시트’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에 앉는 자세가 편하고, 질감부터 색상에 이르기까지 운전자로 하여금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한다. 볼보의 시트는 마사지 등의 부가 기능이 더해져 있는 고급형이 아니라도 앉아보면 충분히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폴크스바겐 ‘골프’의 시트도 앉을 때마다 놀라움을 준다. 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흔한 차이면서도 골수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특이한 차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시트다. 골프의 시트는 특별한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형상에 등받이 각도 조절까지도 수동으로 해야 하지만, 앉아보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장거리 운전에도 피곤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골프는 1970년대부터 최고급 시트 제작사인 레카로에 제작을 의뢰할 정도로 시트를 중요시해 왔다. 이전까지는 고급차의 전유물이던 레카로 시트를 평범한 차에 접목해, 인간공학을 접목하면 저비용으로도 고급차 뺨치는 만족도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고급 스포츠카와 중장비, 항공기와 신칸센의 시트 제작사로도 유명한 레카로는 원래 히틀러의 지시로 독일의 국민차로 태어난 폴크스바겐 비틀과 포르셰의 차체를 만들던 회사였다. 엔진과 바퀴가 달린 차대는 자동차 회사에서 만들고, 자동차의 껍데기 격인 차체는 별도의 회사에서 만들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차대와 차체를 동시에 성형하는 모노코크 방식이 대세가 되자 레카로는 시트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로 변신했다. 차체를 만들던 노하우를 인간공학을 이용해 시트를 제작하는 데 투입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금은 고성능 스포츠카나 비행기와 요트뿐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의 선수단용 시트, 가정용 소파, 요통 환자를 위한 기능성 자동차 시트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자동차가 체코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프로시드 GT’에 이 회사의 시트를 채용해 화제가 됐다.

신동헌 레옹코리아 부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