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삼전동 한샘 플래그십 스토어인 ‘플래그숍’ 잠실점은 가구 매장이 아니라 생활소품 전문 매장처럼 보였다. 매장 쇼윈도는 가구 대신 생활소품을 중심으로 꾸며졌고, 매장 입구 오른편에는 식기건조대가 전시됐다.
매장에는 40, 50대 여성이 많았다. 이들은 1층에 전시된 침대와 책상을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바로 생활용품관으로 향했다. 이날 이불 등 약 27만 원어치의 제품을 구입한 김모 씨(46·여)는 “백화점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인테리어 비법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샘 마케팅팀 김나휘 씨는 “값이 싼 생활소품을 전시해 놓으면 고객이 매장을 자주 찾게 돼 잠재적인 가구 구매 고객이 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매장 구성과 사업 모델을 생활소품 중심의 ‘글로벌 가구기업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가구와 생활소품의 비중이 5 대 5 정도인 ‘가구 공룡’인 ‘이케아’나 ‘크레이트 앤드 배럴’ 같은 글로벌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내 가구업계가 사업 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10일 사전건축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케아의 국내 첫 직영매장인 광명점에 대한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허가권자인 광명시가 최종 승인하면 언제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은 한샘이다. 한샘은 2006년부터 생활소품 판매 비중을 늘려왔다. 2008년부터는 플래그숍 생활용품관에서 자체브랜드(PB) 제품 비중을 60%까지 높였다. 특히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저가 정책을 펴 효과를 보고 있다. 한샘의 플래그숍 매출에서 생활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8∼29%에 이른다. 한샘 측은 장기적으로 이를 50%까지 늘리고, 향후 중국시장 진출의 롤모델로 삼을 계획이다.
2010년 전국 8개 도시에 플래그십 스토어인 ‘스타일숍’을 낸 리바트도 생활소품 매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활소품은 스타일숍 전체 매출에서 35%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최근에는 영국 생활소품 브랜드인 ‘올라 카일리’를 들여놓았다. 리바트 관계자는 “올라 카일리를 입점시킨 것은 고객의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부터는 스타일숍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들은 생활소품 시장이 가구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김주선 한샘 인테리어 상품기획실 부장은 “우리나라 가구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인 데 비해 생활소품은 약 10조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한국은 생활소품 시장의 잠재력이 높아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들도 가구 매장을 줄이고 생활소품 브랜드 매장을 늘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3월 가구 매장인 ‘시몬스’ ‘깔리가리스’를 철수시키고 생활소품 매장인 ‘디자인 토노’ ‘라비에라메종’을 입점시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