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협회 “해운업 이러다 다 쓰러져… 보증기금 설립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 선주협회 사장단, 정부에 호소

한국선주협회는 14, 1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수협연수원에서 ‘2013 사장단 연찬회’를 열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앞줄)을 비롯한 해운업체 사장단과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협회의 하반기 사업계획을 듣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제공
한국선주협회는 14, 1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의 수협연수원에서 ‘2013 사장단 연찬회’를 열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앞줄)을 비롯한 해운업체 사장단과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협회의 하반기 사업계획을 듣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제공
“올해 말까지 특단의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내 해운업체 상당수가 고사(枯死)할 것이다.”(임종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

“앞으로 3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다.”(백석현 SK해운 사장)

‘2013년 한국선주협회 사장단 연찬회’가 14, 15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수협연수원에서 열렸다. 선주협회 창립기념일(20일) 축하를 겸한 행사였지만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국내 해운업체 사장들의 목소리에선 글로벌 경제위기에 선박 공급 과잉이 겹쳐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현실을 반영하듯 강한 위기감이 배어나왔다.

○ 너도나도 ‘위기’ 강조

선주협회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업체 140여 곳이 가입돼 있다. 이번 연찬회에는 해운회사 사장단과 해양수산부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등 최근 고전 중인 업체 대표들이 불참하면서 지난해 100여 명이었던 참석 인원은 20여 명이나 줄었다. 선주협회 측은 매년 연찬회 첫날 열었던 사장단 골프회동을 취소하고, 공식 만찬도 2시간 만에 마무리했다.

해운회사 수장들은 업계 3위인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했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이 (해운업계 전체에 대한) 금융기관의 지원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석 고려해운 사장은 “STX팬오션 사태로 국내 선사들의 대외신인도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며 “STX팬오션과 공동운항을 하던 선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종관 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은 “국내 해운업체에 주어진 시간은 올해 말까지”라며 “올해 안에 지원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에는 상당수의 해운사가 사업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SK해운 사장은 “지금은 업계 3, 4위도 픽픽 쓰러지는 상황 아니냐”며 “해운시장 상황이 다소 개선될 2015년까지 어떻게 생존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운보증기금 설립하라”

해운회사 및 정부 관계자들은 정책, 선원·선박, 정기선, 부정기선 등 총 4가지 주제로 분임토의를 하며 해운업계 위기를 극복할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해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업계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민 사장은 “유럽 쪽 운임이 낮아지면서 2분기(4∼6월) 실적도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영구채(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는 채권) 발행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주협회장인 이윤재 흥아해운 회장은 “대형 선사들의 회사채 및 영구채 발행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중소 선사의 붕괴를 막으려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이어 해운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 해운보증기금을 올해 안에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보증기금은 해운회사들의 채무와 회사채 등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는 곳이다. 해운업계에서는 2조 원 정도의 해운보증기금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외항 해운업계의 부채비율은 2008년 197.2%에서 지난해 431.6%로 높아졌다.

해운업계는 또 선박금융 원리금의 한시적 상환 유예와 신규 선박투자 금융지원 확대를 정부에 요청했다. 대량 화주와 장기 계약한 선박의 부채는 ‘우량 부채’이므로 일반 부채와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밖에 부가가치가 높은 크루즈 산업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정적인 해양 전문인력 수급 방안도 논의됐다. 해운업체들은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의 해사대학 정원을 20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최근 정부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한 바 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현재 교육부 지시로 두 해양대가 정원 확대를 위한 시설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내년에는 정원이 1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선주협회#해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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