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산하기관 6명,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7일 03시 00분


인터넷매체 “상급기관에 보고도 안해”… 예보 “부실금융사 자산회수 위한 것”
ICIJ, 유령회사 10만곳 정보 공개… 한국인-한국주소 기재 180명 포함

예금보험공사와 산하기관인 정리금융공사(현 KRNC) 출신 임직원 6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 있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10만여 곳의 정보를 전면 공개했다.

15일 인터넷매체인 뉴스타파가 ICIJ와의 공동작업을 통해 7번째로 공개한 한국인 명단은 김기돈 전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포함해 예보와 정리금융공사의 전직 직원 6명이다. 이들은 1999년 9월과 12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2곳 중 1곳 이상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뉴스타파 측은 “예보가 지금까지 페이퍼컴퍼니 운영과 관련해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나 국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자산 회수가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아닌 직원 개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거래할 경우 금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보 측은 해명자료에서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퇴출된 삼양종금의 해외 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적법한 내부 절차에 따라 세운 것으로 이를 통해 2200만 달러(약 250억 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직원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것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회사 명의로 자회사를 세우려면 정부 승인 등 절차가 복잡했다”면서 “시간이 지체되면 역외 자산이 은닉될 소지가 있어 서둘러 직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ICIJ는 자신들이 확보한 10개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10만여 곳의 정보를 세계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이에 맞춰 뉴스타파도 이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또는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 180명의 이름과 주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뉴스타파 측은 “17, 18일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역외탈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명단을 공개했으며 앞으로 대중의 제보를 받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보도를 이어갈 것”라고 설명했다. 이날 뉴스타파가 공개한 명단에는 석유수입업체의 이모 대표, 이미용 전자제품 제조회사의 이모 회장 등 1∼7차 명단에 없었던 재계인사 15명이 포함됐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산하기관#조세피난처#페이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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