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맨’… IPO 작업 진두지휘… 임기 열달 남기고 전주페이퍼로 옮겨
민영화 백지화후 로드맵 어그러져… “朱부사장, 역할 더 없을 것으로 본듯”
KDB산업은행의 기업공개(IPO) 작업을 지휘했던 주우식 산은금융지주 수석부사장(54·사진)이 18일 돌연 사퇴 의사를 나타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 수석부사장은 지난해 4월 강만수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산은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전격적으로 영입했던 인물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 수석부사장은 이달 말까지 근무한 뒤 7월 1일부터 신문용지 생산업체인 전주페이퍼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수석부사장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로 10개월가량 남아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권이 바뀌면서 산업은행의 민영화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IPO도 불투명해진 것을 사퇴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주 수석부사장이 더이상 자신의 역할이 없을 것으로 보고 물러났다는 분석이다.
산은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강만수 전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된 것도 부담스러웠겠지만,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민영화와 IPO 진행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IPO 추진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산업의 선진화 전략의 일환으로 산은 민영화와 IPO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2009년 국회는 산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같은 해 산은은 상업금융을 맡을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을 전담할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과제로 일사천리로 추진될 것 같았던 산은 IPO는 생각보다 진도가 더디었다. IPO를 위해서는 산은이 보유한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보증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급기야 정권이 바뀌면서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새 정부는 당분간 산은 민영화가 없다고 못을 박았고, IPO를 거쳐 내년 5월까지 첫 지분을 매각한다는 로드맵도 헝클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산은의 민영화 계획이 백지화된 만큼 향후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우선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생명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이다. 다른 방안은 계열사를 매각하는 대신 산은 IPO를 실시하는 것이다.
두 방안 모두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 역할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 계열사 매각 또는 산은 IPO로 다른 셈이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현재 논의 중인 정책금융 태스크포스(TF)에서 큰 그림이 그려진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IPO는 진행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17일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산은의 민영화와 IPO 가능성에 대해 “민영화는 어렵지만 IPO는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대주주로 IPO를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산은금융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다들 정책금융 TF에서 그릴 로드맵만 쳐다보고 있다”며 “큰 방향이 정해져야 계열사 매각이든 IPO 추진이든 향후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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