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질서는 전통을 보전하고, 무질서는 창의성을 촉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 저널워치 심리학

‘사소한 무질서가 중범죄를 유발한다.’ 이는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주장한 깨진 유리창이론의 핵심 교훈이다.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미국 뉴욕 주 경찰은 이 이론을 활용해 낙서나 쓰레기 무단투기 등 경범죄 단속을 강화했고 범죄율이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이런 이론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질서 정연한 것을 바람직하다고 여긴다. 정리를 잘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정리 정돈을 잘해야 성공하기 쉽고 삶의 질도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질서는 이롭지 않을 때도 있다. 극단적인 질서가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실이 늘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환경이 늘 이롭기만 할까.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환경에는 유익한 점이 전혀 없을까.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3차례의 실험을 통해 질서 정연하거나 무질서한 환경이 각각 창의성과 기부, 건강음식 선호 등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먼저 네덜란드 대학생 3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정리가 잘된 방에, 다른 집단은 정리가 안 된 방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리고 자선활동에 얼마를 기부하도록 유도했다. 정리된 방의 참가자들은 평균 3000원을 기부했으나 정리가 안 된 방의 참가자들은 평균 1200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간식을 선택할 때도 정리가 잘된 방의 참가자들이 초콜릿 과자보다 건강에 좋은 과일(사과)을 더 많이 선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선 미국 대학생 4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정리된 회의실과 정리되지 않은 회의실에 배치한 뒤 참가자들의 창의성을 측정했다. 창의성은 탁구공의 쓰임새를 10가지 정도 제시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정리가 되지 않은 회의실의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더 많이 제시했다. 정리된 회의실의 참가자들은 탁구공의 새로운 쓰임새로 평균 1.4개를 제시했으나 정리가 되지 않은 회의실의 참가자들은 평균 1.8개를 생각해 냈다.

세 번째 실험에선 미국 성인 18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정리된 책상과 어지럽혀진 책상에 배치한 뒤 음료수(과일 스무디)에 추가할 메뉴를 선택하도록 했다. 메뉴는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2가지다. 정리된 책상의 참가자들은 35%가 고전적인 것을, 18%는 새로운 것을 선택했다. 어지럽혀진 책상의 참가자들은 36%가 새로운 것을, 17%는 고전적인 것을 선택했다.

요약해보면, 정리된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더 도덕적으로 행동했고(더 많은 돈을 기부함), 건강을 더 챙겼고 새로움보다는 고전적인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적게 냈다. 반면 정리되지 않은 회의실에 들어간 사람들은 기부에 대해서는 인색했고 건강한 음식을 덜 선호했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더 많이 냈으며 새로운 것을 더 좋아했다. 정리되지 않은 환경에 있으면 새로운 것을 보다 잘 수용하면서 좀더 창의적인 성향을 보인 셈이다.

결국 질서가 무질서보다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역할이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질서는 전통을 보전하고 도덕적 행위를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면 무질서는 전통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창의성이 필요할 때는 정돈된 환경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질서한 환경은 사람들에게 전통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창의성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업무환경을 너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때는 주변 환경을 다소 무질서하게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연구팀 선임연구원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31호(2013년 6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 어떻게

▼ 스페셜 리포트


전 세계 인구 중 무슬림은 약 16억 명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이슬람이 세계 최대 종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슬람 경제권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한다. 기존 신흥시장을 대체할 미래 시장인 셈이다. 30세 이하 인구 비중도 60%가 넘고 이슬람 여성들의 소비시장 역시 블루오션이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아랍과는 적대적인 이란 기업가에게 아랍인이냐고 묻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DBR는 13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시장 무슬림 마켓 진출 전략을 소개한다.


이사회, 불황기에 왜 몸사리나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기업의 이사회에는 기존 가치를 보호할 책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책임, 두 가지가 있다. 안타깝게도 최근 상당수 기업의 이사회는 단지 위험관리에만 치중할 뿐이다. 기업이 자본지출을 꺼리며 미국에서만 1조5000억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위험중심 사고에 갇힌 반쪽짜리 이사회가 온전히 자신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사회가 위험감독과 기회감독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또 기업의 기회창출역량을 정직하게 평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차원의 기회창출 역량 구성요소를 파악하고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 간의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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