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연단 뒤)이 인사말을 하는 동안 토론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입법조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입법도 필요하지만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은 20일 롯데호텔제주에서 열린 ‘중소·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법보다는 정책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고정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노사가 협의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불공정한 갑을(甲乙)관계를 규제하는 대리점법 개정안은 가맹점주의 권익을 어느 선까지 보장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견기업의 기준을 고쳐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금전적 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규제를 개선하는 등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발전법은 중견기업(제조업 기준)을 ‘상시 근로자 300명 미만, 자본금 80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과 자산규모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사이의 기업’으로 정하고 있어 맞춤형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려면 혁신형 중소기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채수찬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다산네트웍스,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라며 “대기업에 매출을 의존하지 않는 혁신 중견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여성 벤처기업인인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는 “기업 규모가 작더라도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있는 기업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청은 이르면 이달 말 중소기업 종합 육성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각종 지원이 끊어질 것을 두려워해 중소기업에 머무르려고 하는 ‘피터팬 신드롬’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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