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주요 도시에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파는 전용 매장을 늘려왔습니다.
매년 예산 수 백억원을 쏟아붓고 있는데, 정작 실속이 없어서 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관 기자가 그 실태를 고발합니다.
[리포트]
5월 초 문을 연 서울 명동 '히트500플라자'.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제품 전용 판매장으로 90평 규모에 무려 1천2백개 제품을 진열해놓았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이른바 '상품 한류'를 이끌겠다는 게 당초 취지입니다.
취재진은 일본인 2명을 섭외해 이 매장과 청계천의 또 다른 매장으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통역조차 안 됩니다.
[SYNC: A 매장 직원] "중소기업을 일어로 뭐라고 하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
[SYNC: B매장 직원] "(안마기인데) 혈액순환에 좋아요. 플라스틱 아니고, 옥 종류, 옥!"
취재진이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제품 설명은 어설프고,
[SYNC: A 매장 직원] "충전기가 빠졌다. 충전기가 빠져서 안 되는데 원래 이렇게 하면 점이 2개가 보여요."
일부 제품들은 인터넷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몇시간동안 매장을 찾은 사람도 취재진 빼곤 없습니다.
오후 4시, 취재진이 산 물건이 이날 개시였습니다.
[SYNC: A 매장 직원] (이 컵 살게요.) "이제 진짜 개시예요. 여기 뭐 사주셨어, 내가 개시 애원했어."
이런 상황에 대해 단순 판매보단 제품 홍보 차원으로 봐달라는 게 중기청의 입장.
[전화: 중기청 관계자] "매출보다는 중소기업 판로나 제품 알리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하기 위해서 테스트 마켓의 성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장을 둘러본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INT: 마이코, 요시코 / 재일교포] "어느 브랜드인지도 모르겠는데, '앞으로 잘 나갈 회사다'라고 말씀하셔서, 그렇다고 해서 믿음은 안 가요…." (일본인 친구가 한국 왔을 때, 여기 데려오실 생각이 있나요?) "아니요. 저는 차라리 길거리에서 직접 보고, 바로 가격 비교할 수 있는 곳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기존의 일반 잡화점과 비교해 더 나은 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보증금 15억원, 월세만 6천만원에 달하는 명동 매장이 한달간 올린 매출은 고작 8백만원.
월세의 1/7 수준입니다.
청계천 매장은 월 평균 매출이 50만원에도 못 미칩니다.
해외 매장은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미국 뉴저지와 독일 프랑크프루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진출한 매장에 쓰인 예산은 110억원.
하지만 이들 매장이 현재까지 벌어들인 돈은 1억 6천만원이 다입니다.
이런 매장을 국내 11곳, 해외 3곳에 운영중인 중기청.
올해 관련 예산 121억원을 끌어 써 5월 말 현재 고작 4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해당 예산을 16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습니다.
출범 초부터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
하지만 전문성과 차별성을 키우기보단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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