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R&D 연구원들 “그냥 모여 놀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 네번째 금요일마다 열리는 ‘커뮤니티 데이’ 현장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R&D센터에서 열린 ‘제1회 커뮤니티 데이’에서 ‘기능적 사고’ 커뮤니티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지뢰찾기 게임을 만들고 있다. LG전자 제공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R&D센터에서 열린 ‘제1회 커뮤니티 데이’에서 ‘기능적 사고’ 커뮤니티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지뢰찾기 게임을 만들고 있다. LG전자 제공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연구개발(R&D)센터. 연구원 100여 명이 팀별로 모여 책상에 스케치북, 색연필, 노트북 등을 펼쳐놓고 수식을 그리거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발표 후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소속 부서도 제각각이었다. 아무리 봐도 본업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LG전자 연구원들은 일에 얽매이다 보면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 한데 모여 자유롭게 공부해 보자는 취지로 커뮤니티 74개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모임은 ‘제1회 커뮤니티 데이’ 행사였다. 회사는 이들에게 업무를 떠나 관심사를 학습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연구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동선 소프트웨어 플랫폼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구글은 근무시간의 20% 이상을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데 쓴다”며 “이런 시도를 통해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고, 이것이 곧 회사 경쟁력으로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터넷 서비스를 연구하는 ‘ESC 커뮤니티’의 리더인 그는 “회사가 업무만 다그치지 않고 연구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도 지원하니 조직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기능적 사고(Functional Thinking)’ 멤버인 한주영 소프트웨어 역량강화센터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점심시간 등에 빈 공간을 찾아 틈틈이 관심 분야를 공부했지만 이제는 시간, 장소를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기뻐했다. 이 커뮤니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는 모임이다.

20개 커뮤니티가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3차원(3D) 프린터, 조명 및 디스플레이 분야 색채 연구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자율적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보니 직급이나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주니어 연구원이 커뮤니티의 리더를 맡기도 했다.

LG전자는 공유와 소통을 통한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시로 커뮤니티를 모집해 지원하고 있다. 커뮤니티 데이는 앞으로 매달 4번째 금요일 오후에 열린다. 회사는 장소와 학습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활동비와 강사료도 별도로 지급하기로 했다. 연말에는 우수 커뮤니티를 선정해 포상도 할 계획이다.

임효준 연구위원은 “이 행사가 부서 장벽 없이 다양한 연구원들과 협력하고 각자 가진 전문성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하나하나의 커뮤니티가 1등 LG전자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안승권 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조직의 경계를 벗어나 구성원들끼리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이를 통해 전문적인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커뮤니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LG전자#R&D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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