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의 유명 쇼핑몰 ‘더 플레이스’에 문을 연 파리바게뜨 매장. 파리바게뜨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현재 중국 전역에서 113개의 매장을 통해 ‘베이커리 한류’를 일으키고 있다. SPC그룹 제공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유명 쇼핑몰 ‘더 플레이스’. 중국 경제의 상징 격인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한 것은 국내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다. 중국에서 파리바게뜨가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서의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서울의 명동 격인 베이징 유명 상권인 왕푸징(王府井)과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등에서도 파리바게뜨를 만날 수 있다.
2004년 9월 처음 상하이에 진출한 파리바게뜨는 2013년 6월 말 현재 중국에서 113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한국 베이커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내 매장 100호점을 넘어선 것은 파리바게뜨 중국 진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했다는 것이며, 중국 전역에 ‘베이커리 한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베이커리 한류의 비밀
파리바게뜨는 매년 각종 브랜드상을 휩쓸면서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입점 파트너로 대우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애썼는데 이제는 현지 관계자들이 입점해 달라고 먼저 찾아오는 글로벌 브랜드로 위상이 높아진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상하이 구베이 1호점을 시작으로 화둥(華東) 화베이(華北)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해 온 상권에서 동북 3성, 화시(華西), 화난(華南) 상권까지 동시에 확대할 계획을 갖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가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현지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대표 브랜드인 ‘폴’과 ‘포숑’도 각각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가 불과 수년 만에 철수를 해야 했다.
파리바게뜨가 해외 베이커리 브랜드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한 데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첫 번째는 사업 시작 전에 충분한 현지 시장 조사를 거쳐 진출 전략을 세웠다는 점이다. 파리바게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수년 동안 식음료와 외식시장은 물론이고 상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케이크 교실 행사는 2005년부터 시작해 500회 이상 진행했다. 또 HSBC국제골프대회, F1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 파트너로 참여해 브랜드 이름을 알렸다. ‘베이징 올림픽 정식 공급상’ ‘AAA(신뢰·품질·서비스 우수 기업) 브랜드상’ 등을 수상한 것은 파리바게뜨가 현지인들에게서 받은 신뢰를 입증하는 지표들이다.
세 번째는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현지화 전략이다. 파리바게뜨는 현지인들의 기호와 선호도를 치밀하게 분석해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펼쳤다. 이런 결과 덕분에 중국의 베이커리 업계 종사자들이 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베이커리 연수를 오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2008년 10만 개를 돌파한 중국의 베이커리 전문점이 롤 모델로 파리바게뜨를 삼고 나선 것은 중국 사업의 쾌거로 꼽힌다.
중국인을 감동시키라
파리바게뜨의 중국 현지 인기 메뉴 중 하나는 샌드위치다. 사실 중국인들은 익힌 채소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신선한 채소를 사용하면서 색다른 메뉴를 개발한 끝에 현재 매장에 진열되는 전체 제품 중 샌드위치 비중이 15%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매장당 평균 샌드위치 판매 비중은 7∼8% 수준이다. 단팥도너츠, 링도넛 등 한국형 베이커리 제품들 역시 만들기가 무섭게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중국인들의 식성을 분석해 개발한 끝에 히트한 상품도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빵 위에 잘게 다진 고기를 얹은 ‘육송빵’은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의미하는 바리(巴黎)와 ‘달콤한(소중한) 빵과 디저트(貝甛)’란 뜻의 한자를 조합한 중국어식 브랜드명 ‘바리베이톈(巴黎貝甛)’이란 이름 자체도 어감과 뜻이 좋아 중국인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비결이 됐다.
중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2011년 8월 베이징의 불우 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인 야오광(耀光)직업학교에 제과·제빵 교육 과정인 파리바게뜨 전문반을 개설했다. 학생들에게 무료 교육을 실시한 끝에 지난해 5월 첫 수료식을 가졌다.수업은 제과제빵 이론과 실습, 식품 위생 안전관리 등의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졌다. 총 8개월간의 교육과정 끝에 1기 학생 14명이 배출됐고 이 중 12명은 베이징 파리바게뜨 매장에 채용됐다. 파리바게뜨 전문반 개설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의지로 실현됐다.
2011년 허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인에게 사랑받은 기업이 되자”고 강조한 것을 계기로, 중국 현지 불우 청소년들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수업을 개설하게 된 것이다. SPC그룹은 향후 교육 인원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제과제빵 교육은 중국의 심각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일자리 문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회공헌활동이다. 현재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8.1%(대졸 이상 16.4%)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파리바게뜨는 110여 개의 현지 매장과 공장, 본사에서 3000명이 넘는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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