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기업의 미래]중국의 국민기업? LG의 20년 도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2005년 11월 중국 베이징에 들어선 ‘베이징 트윈타워’의 전경. 서울 여의도 본사인 LG 트윈타워와 동일한 컨셉트로 설계해 눈길을 끌었다. LG그룹 제공
2005년 11월 중국 베이징에 들어선 ‘베이징 트윈타워’의 전경. 서울 여의도 본사인 LG 트윈타워와 동일한 컨셉트로 설계해 눈길을 끌었다. LG그룹 제공
“중국에 뿌리내리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

LG전자가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10월 후이저우(惠州) 시에 생산법인을 처음 설립하면서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내세운 전략이다. 중국은 현지 브랜드가 유난히 강한 지역적 특성이 있는 데다 개방 이전에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해 진입장벽이 높고 배타적인 시장이었다.

LG는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인력채용 등 모든 것을 중국 현지에서 해결하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고집해왔다.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 LG전자는 중국에서 대표적인 ‘국민 기업’으로 통한다.

1990년대: 생산기지 구축

LG그룹이 중국에 진출한 1993년은 많은 국내 기업들이 너도나도 중국 시장에 달려들던 때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1년까지 6480만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 기업의 대(對)중국 투자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억4116만 달러로 늘었고 매년 2배 안팎으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외국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고 외자기업에 불리한 노동정책 등을 내놓으면서 경영환경은 계속 악화됐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온다’는 말도 이때 나왔다.

LG 관계자는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생산기지 구축 등 뚝심 있는 투자만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라고 봤다”며 “중국을 제1의 해외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꾸준히 각 계열사마다 중국 현지에 다양한 생산법인 및 전략 연구센터를 건설해왔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1994년 국내 가전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2억 달러 상당의 합작투자를 단행했다. 이듬해에는 중국 현지법인을 총괄할 지주회사로 LG전자 중국유한공사(LGECH)를 설립해 10여 개 현지법인에 대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LG이노텍도 후이저우 시에 고성능 정밀 모터·튜너 생산공장을 가동했고 LG산전은 다롄(大連)에 전력기기 공장을 세웠다. LG화학 역시 1995년 중국에 첫 현지법인을 세우고 1999년까지 모두 4개 현지법인을 세웠다. LG생활건강은 1994년 국내 화장품업체 최초로 중국 항저우(杭州)에 LG화장품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이듬해 자체 브랜드인 ‘드봉’을 생산해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지도도 55%가량으로 높였다. 이 같은 성공에 힘입어 1997년에는 연산 4500t 규모의 치약공장인 LG북경일용화학을 베이징(北京)에 준공했다.

2000년대: 중국시장의 성숙과 대응

1990년대가 생산기지 구축으로 정신없던 시대였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의 빠른 변화와 맞물려 LG그룹의 현지 전략도 크게 바뀌었다.

21세기는 중국 기업들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생산방식으로 갈아타려는 경향을 보이며 정보산업 및 정보통신산업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하던 시기다. LG전자는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중국 사업의 제2단계 도약’을 선언했다. 우선 이동단말기와 PDP TV, 액정표시장치(LCD) TV, DVD 등을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이 2001년 산둥(山東)성에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개발을 담당하는 ‘랑차오 LG디지털 모바일연구소’를 설립한 것이다. 이어 CDMA 단말기 가공공장을 세우고 그해 말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메이저 휴대전화 공급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2000년대 들어 생긴 또 다른 가장 큰 변화는 단순 생산기지 역할뿐 아니라 연구개발 및 판매·마케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들을 중국 현지에 잇달아 세웠다는 점이다.

그 신호탄은 2002년 베이징에 세운 중국 연구개발센터였다. LG전자는 12월 △차세대 통신 △정보가전 △디자인 △중국형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표준인 TD-SCDMA 등 4대 핵심사업 부문에 대한 연구를 진행 및 총괄하는 R&D센터를 세웠다. 이어 LG화학도 중국 현지법인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05년 톈진(天津) 산업단지에 R&D센터를 설립했다.

2005년 11월에는 중국 베이징의 심장부라는 장안대로변에 LG 중국 사옥인 ‘베이징 트윈타워’를 완공했다. 지상 30층, 지하 4층짜리 두 개 동으로, 서울 여의도 본사인 LG 트윈타워와 같은 콘셉트로 설계했다. 베이징 트윈타워는 장안대로변 건물 가운데 비(非)중국계 외국기업이 건립한 첫 건물이었다. LG 6개 계열사 외에 나이키, 보스턴컨설팅, 스위스재보험사 등이 입주해 베이징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았다.

LCD 시장 진출도 활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업계 최초로 중국 LCD시장 진출을 위해 2002년 7월 난징(南京)경제기술개발구와 TFT LCD 모듈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2003년 완공돼 가동에 들어간 LCD 모듈공장이 연 360만 대의 LCD 모듈을 생산해내면서 LG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은 약 20% 뛰었다.

2010년 그 이후: 끝나지 않은 도전

LG의 중국 시장 도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LG는 주력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에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LTE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하반기(7∼12월) 중 ‘옵티머스G 프로’를 출시하는 한편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LTE TDD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높아진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지역 특화형 및 에너지 절감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광저우에 8세대 LCD 패널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이 공장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광저우개발구와 중국 최대 TV세트 메이커 중 하나인 스카이워스가 70 대 20 대 10의 비율로 공동 투자한 합작사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광저우 시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과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힘입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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