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기업의 미래]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빕스,그 경험살려 고급화·현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CJ푸드빌 중국입맛 잡기

CJ푸드빌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빕스’는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연 이후 중국 대륙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현지 평균 객단가(1회 식사 때 쓰는 비용)는 한국 매장 평균보다 훨씬 높다.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외식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외국계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축적한 노하우가 대륙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韓 시장 노하우로 中 안착”

빕스는 CJ푸드빌이 1997년 3월 론칭한 순수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다.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토종이다. 당시 외국계 외식 브랜드가 득세하던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서 건강한 맛과 웰빙(참살이) 전략으로 메뉴를 개발한 결과 2010년 매출액 기준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15주년을 맞은 지난해 3월까지 한국 내 빕스 매장을 다녀간 고객이 1억31만5140명이며, 스테이크 판매량은 4000만 개를 넘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빕스는 서양식 위주인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해 결국 외국계 브랜드를 모두 물리쳤다”라며 “후발 외식업체는 빕스의 메뉴 개발과 매장 운영 방식을 거의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빕스가 가진 노하우는 중국 시장에서도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 빕스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최초로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부촌인 리두 지역에 1호점을 냈다.

빕스는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한 외국계 브랜드가 없는 중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고급화 전략’과 ‘현지화 전략’을 동시에 구사했다.

무엇보다 스테이크에 먼저 공을 들였다. 스테이크하우스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냈다. 고급 호텔 출신 전문 셰프를 기용했다. 스테이크는 오리지널과 프리미엄 등급으로 나눈 다음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일부 매장에만 출시된 ‘포터하우스’ 등 프리미엄 스테이크 메뉴도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

현지 입맛과 문화를 고려한 현지화도 주요 전략이다. 닭과 오리를 좋아하는 중국인 입맛에 맞춰 치킨과 카레, 샐러드 등도 추가로 개발했다. 음식과 함께 차를 즐기는 중국인 식습관과 정서를 반영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나 ‘캐모마일’ 등 5종의 프리미엄 차도 준비했다.

변화하고 있는 중국인 식문화도 힘이 됐다. 중국 베이징 리두점의 쑨원보(孫文波·39) 점장은 “빕스 메뉴가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한 중국 트렌드와도 잘 맞았다”며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점이 부각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브랜드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스테이크 브랜드 구축”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빕스 중국 1호점은 오픈 88일 만에 스테이크 판매량 3만 개를 넘겼다. 한국 매장을 통틀어 최단기간 기록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팔로어 수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쑨 점장은 “지난해 9월 말 오픈 이후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11월부터 눈에 띄게 고객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객단가도 한국 매장 평균보다 1만 원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체 고객 중 스테이크 주문 비율도 50%를 웃돌고 있다. 스테이크와 함께 맥주나 와인을 즐기는 고객이 많아 주류 판매도 한국 매장보다 평균 3배 이상 높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고급화 전략과 현지화 전략이 가장 성공한 것은 현지 인기 메뉴에서 드러난다. 중국에서 는 ‘빕스 스테이크’와 샐러드 ‘훈제오리&오렌지 샐러드’가 특히 인기다. 빕스 스테이크는 국내에서 검증된 인기가 중국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훈제오리&오렌지 샐러드는 오리를 선호하는 중국인 입맛을 반영해 중국 매장에만 만든 메뉴다.

먹거리 안전이 강조되면서 빕스가 구축한 고급 이미지는 힘이 됐다. 쑨 점장은 “중국인조차도 중국 레스토랑의 품질과 안전성을 믿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빕스는 샐러드바 콘셉트로 건강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조돼 중국인들이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빕스는 서비스에서도 경쟁 브랜드를 압도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게 다지고 있다. 이는 급성장하는 중국 외식 시장에서 빕스가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쑨 점장은 “주방·홀 매니저급 이상 모든 직원들이 한국에서 관련 교육을 수료했고 수시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객과 눈을 맞추고 미소로 응대해 경쟁 브랜드의 레스토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를 이미 구현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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