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리 끊어라”… 올 성장률 전망 0.4%P 올려 2.7%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27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은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의 성장궤도를 잠재성장률 수준(연 3%대)으로 다시 끌어올린다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올해 2.7% 성장을 달성한다면 올 1분기(1∼3월)까지 8개 분기째 이어진 ‘전 분기 대비 0%대 성장’ 기록도 3분기(7∼9월)에는 1% 이상으로 올라 깨질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목표를 높게 잡은 것은 경각심을 갖고 저성장의 굴레를 하루빨리 탈출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선진국 클럽에서 멀어지며 서서히 침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는 악재는 정부의 계획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경제의 급랭, 일본 아베노믹스의 실패 우려 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 대책들을 철저히 집행하면서 대외 리스크 관리와 금융시스템 안정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 정부 “저성장 고착화, 태국의 길을 걷고 있다”

이날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 약 5년 동안 한국 경제가 최악의 경로를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에 따르면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이후 모습은 멕시코, 스웨덴, 태국이라는 3가지 모델로 나뉜다. 멕시코는 1994년 ‘테킬라 위기’로 불리는 외환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이후 고도성장을 하면서 위기 이전 국내총생산(GDP) 추세선을 회복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터진 스웨덴은 위기는 원만하게 수습했지만 과거의 성장경로에 복귀하진 못했다.

최악은 태국이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은 실업률 증가와 기업투자 저하로 위기 이전의 성장경로를 완전히 이탈했으며 성장시대도 조기에 끝났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국은 스웨덴의 모습을 보였다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는 태국의 모습으로 경제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제로(0) 성장을 했던 2009년 이후 한국 경제는 위기를 수습하며 2010년에 6.2%로 예전 성장세를 회복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 다시 3%대로 고꾸라졌다. 기업들의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청년실업이 지속되면서 위기 이전의 성장 추세선을 회복하기는커녕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정부 당국자는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한 단계 더 떨어졌다”며 “태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당분간 전 분기 대비 1%가 넘는 잠재수준 이상의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시장과 부동산 등 내수지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일본식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물가안정세는 수요 감소보다는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기 때문에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 쏟아지는 해외 악재들…3%대 성장 가능할까

정부가 성장률 끌어올리기에 소매를 걷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경기의 회복이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4대 경제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미국의 양적완화를 둘러싼 리스크는 미국 경제의 회복을 뜻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그 시점이나 속도에 따라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재부는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출구전략이 빠르게 진행되면 글로벌 경기회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로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실패에 대한 우려까지 겹쳐 우리 경제에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및 중국의 성장둔화 조짐도 성장률 목표 달성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는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안 보이고, 정부지출 부문은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완했기 때문에 향후 수출이 얼마나 받쳐 주느냐가 하반기 경제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며 “정부는 적극적인 환율 관련 정책을 통해 수출 증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단 올해 전망치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대외 리스크가 하반기에 다시 불거진다면 내년 4%대 성장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저성장#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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