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위기 뒤 저성장 고착’ 최악의 길 우려”(동아일보 2013년 6월 28일자 A1면)
《 한국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기존 성장 경로에서 이탈하고 장기 저성장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행하고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금융위기 직후 한때 ‘위기 극복의 모범생’으로도 불렸지만 이제는 성장세가 추세적으로 꺾이면서 낙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이른 것이다.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며 경제엔진이 서서히 꺼지는 것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태국이 겪었던 패턴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 이게 궁금해요 ::
정부, 한국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주기적으로 경제를 전망합니다. 기관마다 발표 되는 전망을 살펴보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며, 수시로 조정되곤 합니다. 성장률이 뭐기에 이렇게 기관마다 차이가 나며 자꾸 조정되는 걸까요. 정확하게 경제를 전망할 수는 없는 건가요.
○ 경제 전망은 신의 영역?
매년 발표되는 경제 전망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각종 세미나에서는 경제 전망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날 선 토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경제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경제 전망치를 활용해 기업은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국가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거나 과열된 경기를 긴축하는 등 한 해 동안의 살림살이를 계획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망한 것과 실제 경제 실적의 차이가 크다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망’이기 때문에 정확히 맞을 수는 없습니다. 미국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경제학은 정책 결정자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훌륭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별 소용이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경제를 전망한다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경제학자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례로 ‘세계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IMF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시로 조정하고 있으며, 그 횟수는 국내 기관의 조정 횟수를 훨씬 상회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IMF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직전인 1997년 8월 21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는 “한국의 대기업 부도 사태가 생산과 수출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며,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고 있고, 금융부문의 혼란도 수습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해 말까지 경제성장률은 6.5%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제 전망은 어떻게 하기에 항상 오락가락하는 것일까요. 틀리기만 하는 게 경제 전망이라면 어떻게 믿고 민간이나 정부가 전략을 짤까요. ○ 수식(數式)과 가정(假定)의 집합체인 경제 전망 모델
경제를 전망하는 것은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 즉 개인의 소비, 기업의 투자, 수출, 수입 등의 변화를 통계적 방법으로 예측하고, 변수들 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기관별로, 또 경제학자별로 각각 다른 변수와 다른 가정을 도입하는 경제 전망 ‘모델’을 사용합니다.
이 ‘모델’에는 전체 경제를 쉽게 설명하고 단순화하기 위해 가정을 사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석유의 수입수요 예측에는 석유의 국내 재고량, 기업의 생산 계획에서부터 자동차 판매량까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고려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석유의 국제가격이 석유의 수입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싶다면 다른 모든 요인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예측하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요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고정시킵니다. 이런 가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가정의 문제 외에도 경제 상황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한다는 문제가 또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7%까지 차지하고 있어 국제유가나 선진국 경기 등 대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최근 대외경제 상황이 급변하면서 경제 전망을 정확히 하기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천재 경제학자가 나타나 현실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정확한 모델을 개발한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한다면 경제 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 외팔이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정확할까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은 항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중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한편으론 이런 효과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효과가 있다”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을 두고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은 한쪽만 얘기해주는 ‘외팔이 경제학자’라고 농담 섞인 불만을 말했다고 합니다.
‘외팔이 경제학자’가 있다면 정책을 결정하기 더 쉬울까요. 앞서 설명한 가정과 변수를 생각하면 외팔이 경제학자는 자칫 ‘돌팔이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전망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요 기관과 경제학자들이 엉터리 경제 전망 수치를 발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고려하고 예측할 수는 없기에 틀리고, 고쳐가는 것이죠.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가 궁금하다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그 의미와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안병립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풀어봅시다
◇이번 주 문제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매각의 ‘핵심’인 우리은행을 특정 은행이 가져가면 두 대형은행이 합쳐지면서 초대형 금융사가 탄생하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은행을 소유하지 않은 전업금융사가 인수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 탄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초대형 금융사를 뜻하는 ○○○○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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