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측 “지금은 일종의 시범기간… 문제점 보완해 나갈 것”
○ SC은행 ‘62세로 정년 연장’ 대상자 1000명 중 고작 20명 신청, 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6월 중순 정년 연장 프로그램에 자원할 신청자를 모집했다. SC은행의 정년 연장 프로그램은 도입 전부터 금융권은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금융계에서는 현재 58세인 정년을 62세로 4년이나 늘리는 내용이어서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이 프로그램에 신청할 수 있는 대상자 1000명 가운데 지원자는 고작 20명에 불과했다. 50세까지 회사에 다니기도 힘든 요즘, 근무 기간을 4년이나 늘려준다는데 왜 대부분이 응하지 않았을까.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장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직원들의 급여가 영업실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해당 실적 기준이 다소 높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SC은행 정년 연장 프로그램을 신청한 직원들은 영업 관련 부서에 배치된다. 지점 창구에서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는 영업을 해야 한다. 직전 연봉의 100%를 받으려면 그해에 연봉의 두 배에 해당하는 영업실적(비용을 뺀 순익)을 올려야 한다. 직전 연봉이 8000만 원이었다면 펀드, 예금, 대출 등의 영업으로 은행에 1억6000만 원의 순익을 올려줘야 8000만 원의 연봉이 유지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원래 받던 연봉의 30%가 깎인다.
SC은행의 한 직원은 “지점 영업도 아니고 고객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해야 하는데 연봉의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고민하다가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부장은 “예를 들어 1억 원의 순익을 은행에 가져다주려면 예금이나 펀드는 100억 원 이상 팔아야 한다”며 “나 같아도 그렇게까지 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SC은행에서는 정년 연장 신청이 이번 한 번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매 분기 받을 예정이므로 첫 번째 신청자 수만 놓고 프로그램의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SC은행은 9월 중순경 프로그램 신청자를 받을 예정이다.
SC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신청을 하지 않은 직원 중 상당수는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본 뒤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며 “아무래도 보수적인 은행문화에서는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그램에 첫 번째 대상자가 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SC은행의 정년 연장 프로그램은 노조가 은행 측에 먼저 제안해서 합의한 프로그램이다. 은행과 노조 측은 20명의 숫자만 부각돼 도입 취지가 퇴색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눈치다.
SC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일종의 시범 기간으로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운영 과정에서 목표 실적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 당연히 노조 측과 협의해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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