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케팅의 무게중심을 제품에서 브랜드로 옮기며 글로벌 유통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요 진출 국가에 자사의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세워 삼성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 1위 스마트폰인 ‘갤럭시’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카메라와 PC, 가전제품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브랜드의 인지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국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경기장과 연결된 런던 최대 쇼핑몰인 웨스트필드에 처음으로 본사가 직영하는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SES)’를 열었다. SES는 판매 외에 시장 및 수요조사, 광고효과 측정 등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숍 역할도 한다. 그 전까지는 주로 주요 유통업체나 통신사에 휴대전화를 대량 납품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이 제품 판매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본사에서 직접 마케팅을 지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찾은 매장은 지하철역에서 런던 올림픽경기장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2층짜리 단독건물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 398m²(약 120평) 규모의 1층에는 ‘갤럭시S4’ ‘갤럭시노트2’ 등 최신 휴대전화를 비롯해 TV, 카메라, 노트북 등 주요 프리미엄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2층은 ‘스마트 스쿨’과 ‘스마트 서비스’로 나눠 소비자들이 삼성 제품의 주요 기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사전에 삼성전자 런던 페이스북을 통해 스마트 스쿨 강의를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일대일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울 수 있다. 한쪽 구석은 가정집처럼 꾸며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한 뒤 살 수 있도록 했다.
이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조시 스텐트 시니어매니저는 “삼성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려면 삼성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련한 단독 매장”이라며 “신제품 쇼케이스부터 요리강좌까지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의 운영 성과는 성공적이다. 매주 6000∼8000명이 매장을 찾고 있는 데다 이 가운데 10%는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브랜드 인지도 조사 결과에서 ‘삼성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응답한 영국 소비자는 30%대로 1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런던 매장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호평에 힘입어 유럽의 다른 국가에도 직영매장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영국법인 원강원 과장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를 사려는 고객이 많은데 매장을 둘러보고 나면 카메라, 노트북 등에도 관심을 보인다”며 “스마트폰과 다른 제품 간의 호환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스마트폰 이외 제품의 판매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이미 전국에 유통망이 잘 깔려 있는 시장에는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매장 내에 삼성전자 체험데스크를 따로 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4월 미국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반기(1∼6월) 미 전역의 1400여 개 베스트바이 매장에 삼성 체험매장을 내기로 했다.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다. 베스트바이 매장 내에 삼성 단독관을 마련해 소비자들에게 삼성 제품을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삼성 익스피리언스 컨설턴트’들을 배치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아직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신흥시장에서는 메이저 유통업체를 파트너로 끼고 함께 체험형 매장을 신설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에 2000여 개, 러시아에는 500여 개의 SES를 주요 백화점 등 유통 매장에 숍인숍 형태로 새로 만들었다.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은 “이제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키워드는 경험이다”라며 “SES를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만져보며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유통 혁신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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