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못찾은 지역,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 산업부, 고강도 구조조정 칼 빼들어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목표로 출범 10년째를 맞은 경제자유구역에 대해 정부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내년 7월까지 회생 기회를 준 뒤 개발이 부진한 지역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나눠 먹기’식으로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고 8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개발이 지연되거나 성과가 부진한 곳의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2013∼2022년 1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현재 정부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광양만, 부산·진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황해, 동해안, 충북 등 총 8개 구역 101개 지구다. 이 가운데 개발이 완료됐거나 개발 중인 지구는 53개로 절반 정도는 아직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다. 면적으로 보면 전체 구역의 55.6%인 249.2km²에 이른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로 일부 경제자유구역은 아직 개발사업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지정된 황해 경제자유구역의 일부 지구는 5년간 개발사업자를 찾지 못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지난해까지 경제자유구역이 유치한 외국인 자본은 67억8000만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이 기간 국내로 들어온 외국 자본의 6%에 그치는 등 외국 자본 유치 효과 역시 당초 정부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우선 내년 7월까지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 기회를 준 뒤에도 개발사업자를 찾지 못한 지구에 대해서는 내년 8월까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매년 이뤄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 진척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지구에 대해서도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또 현재 지정된 8개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는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도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정부는 현재 448km²에 이르는 경제자유구역 총 면적을 300km²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그 대신 정부는 개발 가능성이 큰 구역에는 작년까지 투자된 58조 원에 더해 2022년까지 82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인천은 항공, 물류, 부산·진해는 기계, 부품, 휴양 등 경제자유구역별로 특화된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경제자유구역 내에 의료·헬스케어 시범지구, 복합리조트 시범지구를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자유구역이 정치적 차원에서 지역 간 ‘나눠 먹기’식으로 지정된 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3년과 2008년에 지정된 6개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초 지역 여론을 의식해 동해안과 충북 등 2개 지역을 추가로 지정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진기 산업연구원 산업입지팀장은 “한국 외자 유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구역이 지정된 데다 민간 전문가가 아닌 지자체 공무원 중심으로 개발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경제자유구역의 기능과 목적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영·문병기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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