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줄고 정기적금 실적은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와 불경기가 겹쳐 돈을 굴릴 곳이 마땅찮은 은행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정기예금 대신 매달 소액이 들어오는 정기적금 판촉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됐다. 정기적금 가입자 중 약 30%는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기 때문에 은행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민 하나 신한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449조5000억 원이었다. 올해 6월에는 440조6000억 원으로 9조 원 가까이 줄었다. 반면 지난해 12월 33조6000억 원이었던 정기적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37조9000억 원으로 4조3000억 원 정도 늘었다.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보통 정기예금이 정기적금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다. 올해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기예금의 금리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잔액 기준으로 2011년 12월 3.96%였던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1년 뒤 3.48%로 낮아졌고 올해 5월에는 3.11%로 다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금리는 3.9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수신액이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며 대출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다. 대출 수요가 줄면 은행들은 정기예금을 통해 목돈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목돈이 생겨도 대출해줄 곳이 없는 ‘불황의 순환’이 이어진다. 여기에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예금상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준 것도 정기예금 수요를 감소시켰다.
적금은 은행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우선 금액이 정기예금에 비해 소액이다. 적금 가입 후 만기까지 유지하는 비율이 70%가 채 되지 않는다.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 이자는 거의 없다. 은행으로서는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 은행들이 고객들을 정기예금보다 적금으로 유도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들은 이런 비판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가입자와 적금 가입자는 투자의 목적이 크게 달라 은행원이 권유해도 예금에서 적금으로 옮겨 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과거에 비해 적금 상품 마케팅에 애쓰는 것은 사실이다. 금리가 급락한 정기예금 수요가 줄면서 소액 고객이라도 유치하려는 경향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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