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2분 남기고 Yes!… ‘진격의 해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 해킹방어대회 ‘시큐인사이드’… 美 해커팀 ‘PPP’ 3회 연속 우승

“해커 왕좌는 우리 것” 코스콤과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정보보안대회인 ‘시큐인 사이드 2013 해킹방어대회’가 열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행사장은 본선 진출 8개 팀의 경쟁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문제를 모두 푼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PPP’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해커 왕좌는 우리 것” 코스콤과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정보보안대회인 ‘시큐인 사이드 2013 해킹방어대회’가 열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 행사장은 본선 진출 8개 팀의 경쟁으로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문제를 모두 푼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PPP’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예스(Yes)!”

3일 오전 9시 58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호텔 6층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던 헝클어진 머리의 남자들이 벌떡 일어서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기뻐했다. 피곤이 묻어 있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긴장이 풀렸는지 이들 4명의 ‘화이트해커’(학업을 목적으로 해킹을 하는 정보보안 전문가)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24시간을 줄곧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몸을 이제는 등받이에 기대 눕다시피 쭉 폈다. 일부는 하늘을 향해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옆자리에 있던 경쟁자들은 축하의 박수를 건넸다.

세계적인 규모의 정보보안대회인 ‘시큐인사이드 2013’ 해킹방어대회의 우승자가 가려지는 순간이었다. 우승팀은 경기 종료 2분을 앞두고 마지막 문제를 푼 미국 카네기멜런대의 ‘PPP’팀. 1, 2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 3연패를 달성하며 우승 상금 3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PPP는 본선에 진출한 8개 팀 중 유일하게 주어진 15개 문제 모두를 풀었다. 2위는 한국의 ‘벌레잡이’, 3위는 스웨덴의 ‘해킹포소주’가 차지했다.

PPP의 브라이언 박(24) 씨는 “1, 2회 대회 때는 쪽잠이라도 잤는데 올해는 경쟁이 유달리 치열해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며 “한국 해커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다음 대회까지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스콤과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하는 시큐인사이드 해킹방어대회는 가상의 서버에 누가 먼저 침투하느냐로 최고를 가리는 대회. 대회의 위상이 높아지며 올해는 전년(349개) 대비 3배 수준인 1083개 팀이 출전해 실력을 겨뤘다. 스마트폰, 스마트TV, 금융회사 홈페이지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이버 공간이 ‘전장’이 된다. 출제를 담당한 정보보안업체 그레이해시의 정구홍 수석연구원은 “최신 해킹 트렌드를 반영해 올해는 내부망 침투를 통한 개인정보 해킹을 주요 문제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만 24시간 동안 별도의 수면, 식사시간 없이 진행돼 ‘지옥의 레이스’로 불린다. 참가자들은 초콜릿, 스낵으로 끼니를 때우고 에너지드링크와 커피로 잠을 쫓으며 경기에 임했다. 해킹 실력뿐 아니라 집중력, 끈기, 협동심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2위를 차지한 벌레잡이의 이종호 씨(22)는 “우승을 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같은 화이트해커들과 신나게 놀며 즐긴 대회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실력을 키워 시큐인사이드 최초의 한국 우승팀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해킹방어대회가 끝난 뒤에는 정보보안업체와 예비 화이트해커를 대상으로 한 정보보호 콘퍼런스도 열렸다.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사이버 공격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시점에 시큐인사이드가 국가 보안 발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행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을 맡은 김승주 고려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시큐인사이드가 금융투자업계 등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보안 기술을 공유하고 화이트해커를 양성, 전문화해 정보보안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