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만 잡으면 퇴출” 마네킹들이 망가지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 소비자 눈길 끌기 위해 거꾸로 매달리고 춤까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대담하고 화려한 마네킹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의 마네킹들이 역동적인 포즈로 공중에 설치돼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대담하고 화려한 마네킹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롯데아울렛 서울역점의 마네킹들이 역동적인 포즈로 공중에 설치돼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마네킹 업체 보루나나사이는 무척 분주하게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각 백화점을 비롯해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나 패션 브랜드 등에서 대대적인 리뉴얼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마네킹들을 대거 들여놨다. 그 덕분에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가까이 늘었다. 업체 관계자는 “봄, 가을 등 의류 판매가 잘되는 특정 계절에 집중됐던 마네킹 수요가 요즘은 행사 콘셉트에 맞춰 자주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불황에 마네킹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을 붙들기 위한 유통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마네킹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네킹의 생김새와 표정, 포즈는 한층 젊고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 유쾌하고 젊어지는 마네킹들

최근 롯데백화점은 매장의 마네킹을 전면 교체했다. ‘젊은 백화점’을 강조하는 신헌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재미없는 마네킹’은 퇴출 1순위 품목으로 손꼽혔다. 실제로 과거 마네킹들은 잘 봐줘야 30대로 보였다. 풀 메이크업 상태로 가발까지 썼고, 다소곳한 자세로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역동적이면서도 활기찬 포즈의 마네킹들로 물갈이가 되면서 롯데백화점 마네킹의 연령대는 10, 20대로 확 낮아졌다. 특히 롯데 영플라자나 아울렛에는 컬러풀한 마네킹, 거꾸로 매달린 마네킹, 춤추는 마네킹 등 각양각색의 실험적인 마네킹들이 배치됐다. 마네킹 숫자도 이전보다 20∼30% 늘었다.

다른 백화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백화점은 내부 방침에 따라 손동작이 크고 색감이 화려한 마네킹을 주로 쓴다. 동작이 커야 고객들의 주목도가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김희주 비주얼머천다이저(VMD)는 “표면을 패브릭, 가죽으로 감싸 변형하거나 스틸, 우드 마감을 한 세련된 느낌의 마네킹들을 주로 쓴다”며 “몸통만 있는 토르소 마네킹들을 적절히 섞어서 연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브랜드별 마네킹들도 젊고 자유분방해지는 추세다. 롯데백화점 디자인실의 양수연 매니저는 “지금까지는 백화점들이 입점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마네킹을 쓰는 것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불황에 뜨는 마네킹의 경제학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최근까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서 정적인 마네킹을 고집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직도 풀 메이크업에 가발까지 쓴 마네킹을 쓰는 샤넬이다. 하지만 에르메스는 올해 처음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의 마네킹을 썼다. 루이비통도 목을 받치고 누워있는 마네킹을 선보였다.

한섬의 이연재 VMD는 “옷 자체보다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느냐가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마네킹을 활용해 아이템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며 “고가 브랜드들도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재치 있는 마네킹들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마네킹을 원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독특한 마네킹 제품의 생산도 늘고 있다. 보통 마네킹 가격은 개당 20만∼30만 원 선이다. 하지만 특이한 소재로 만들고 컬러를 입히거나 도금 등을 하면 가격이 200만∼300만 원으로 높아진다.

그래도 고가 마네킹들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마네킹업체 지브이엠(GVM)의 양호윤 실장은 “불황, 패션 경기 침체에도 거래처가 늘어나며 매출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고급 마네킹을 수입해 판매하는 인투디스플레이의 김영주 이사는 “마네킹은 인테리어나 광고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불황에 더 인기”라며 “트렌드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디자인, 품질 경쟁력이 비슷한 업체들 간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마네킹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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