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작년 거래분 31일까지 신고를”
15개 그룹 65명 624억원 과세 예상, 중소기업도 대상 포함… 반발 거셀 듯
기업 대주주의 일감 몰아주기에 처음으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일감 몰아주기가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통로로 이용되지 못하게 ‘세금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데다 이중과세 등으로 위헌 논란까지 불거져 세금을 걷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12월 말 결산법인의 지배주주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거래분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31일까지 신고해 달라고 4일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의 첫 대상은 약 1만 명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은 일감을 받은 법인의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3% 이상 보유한 지배주주와 친족이다.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의 법인과 거래 비율이 30%를 넘고 영업이익을 냈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은 증여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현대글로비스 사례에서 보듯이 일감 몰아주기가 경영권 편법 승계 도구로 활용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2011년 말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도입하면서 연간 1000억 원 정도의 세금을 걷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분 정리 등을 통해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간 주주가 적지 않아 실제 세수는 목표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분 쪼개기로 지분을 3% 밑으로 낮추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 정보 회사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현대자동차, 삼성, SK, LG 등 15개 그룹의 총수나 친족 등 65명이 약 624억 원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129억6400만 원으로 가장 금액이 컸다.
재계는 6월 임시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물리는 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증여세 부과까지 시작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세무회계에 밝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법 헌법소원처럼 위헌 소송까지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법인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주주는 주식을 매매하거나 배당을 받아야 이익을 얻는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내면 당장 손에 쥐는 이득이 없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영업이익이 늘어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부당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증여세를 부과하고 배당소득세까지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세 대상의 폭이 지나치게 넓고 자의적이지만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입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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