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용품기업 ‘크리오’ 정태상 사장, 세계유일 특허기술로 美서 우뚝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5일 03시 00분


3일 만난 구강용품 전문기업 크리오의 정태상 사장이 미국에서 획득한 ‘라운딩 미세모’ 기술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3일 만난 구강용품 전문기업 크리오의 정태상 사장이 미국에서 획득한 ‘라운딩 미세모’ 기술 특허증을 보여주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30년 전 경기 성남시의 한 주택가 지하실에서 일회용 칫솔을 만들던 칫솔업체가 자체 기술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까지 뚫었다.

구강용품 전문기업인 크리오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2, 3년 전부터 시범적으로 물품을 납품하기 시작했으며 내년 초부터는 유통업체인 ‘타깃’의 미국 내 모든 점포에 칫솔 클리오(CLIO)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8년 아무런 연고가 없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크리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라운딩 미세모’ 기술로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했으며 칫솔 종주국인 유럽시장에도 진출했다. 2011년부터는 스위스 트리사에 라운딩 미세모 칫솔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라운딩 미세모 기술은 미세모는 끝을 날카롭게 남겨둔 상태에서 일반 모만 동그랗게 가공하는 이중 공법으로 크리오가 3년 전 개발했다.

○ 매년 국내 판매량만 최대 4000만 개

3일 성남시 분당구의 본사에서 만난 정태상 사장(49)은 “지하실에서 칫솔 가내수공업으로 출발한 업체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니 더 바랄게 있겠느냐”면서도 “이제 월마트에도 납품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故) 정수식 창업자의 3남인 정 사장은 크리오가 일회용 칫솔을 만들던 태왕산업 시절 가업을 물려받았다.

1990년대 초 환경오염을 우려한 정부가 목욕탕에 일회용 칫솔 납품을 금지했을 때 정 사장은 과감하게 일회용 칫솔을 포기하고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칫솔 제품을 공급하며 사세를 키웠다. 그러다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1995년 크리오를 설립했다. 회사명(크리오)과 제품명(클리오)이 다른 이유를 묻자 그는 “고민 끝에 ‘클리오’라고 지었는데 경상도 출신인 선친이 상표명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발음이 새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스스로를 ‘칫솔장이’라고 부르는 정 사장은 “어려울 때 기술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게 제조업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환율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도 기술개발을 위해 라운딩 제조설비를 사들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해 한 치과병원에서 클리오 제품을 우수 제품으로 선정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크리오의 국내 칫솔 판매량은 연간 4000만 개에 이른다. 마케팅비용을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크리오는 1998년 ‘국산 칫솔의 자존심’이라는 카피를 내세워 광고를 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판매 중인 어린이용 칫솔의 품질과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쥬니어클리오R’가 가격 대비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 ‘칫솔장이’ 외길 걸을 것

크리오는 2002년 세탁비누로 유명한 평화유지, 2003년 동산C&G(생활용품사업부문)를 차례로 인수했다. 이를 통해 상품군을 칫솔에서 세탁비누, 화장비누,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으로 확장했다. 당시만 해도 LG생활건강을 비롯해 애경, 태평양과 같은 ‘종합생활용품회사’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정 사장의 목표였다.

하지만 요즘 그는 사업 확장 대신 구강제품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정 사장은 “한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는 칫솔만으로 사업하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세계로 눈을 돌려 보니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며 “몇 년 동안 해외 진출에 공을 들여 세계적인 구강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크리오#정태상#특허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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