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최저임금 5210원, 수요와 공급 원리에 안 맞아"
노동계 "수수료나 임대료 등 갑을 관계 정리가 더 먼저"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 측이 최저임금 5210원에 대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비해 너무 높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경총의 김동욱 기획홍보 본부장은 5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재웅 민주노총 서울본부장과 지난해보다 7.2% 인상된 최저임금 5210원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서 경총 김 본부장은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렵고, 영세중소기업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어 수용할 수 없다"면서 "때문에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최저임금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최저임금 5210원이 된) 이번 인상률은 2008년 이후 6년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법에는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된다'라고 나와있는데, 지금 성장률 자체가 2% 중반 정도로 예측되고 물가는 1% 대로 안정되어있음을 감안하면 7.2%는 굉장히 높은 숫자"라면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근로자가 현재 10% 가까이 된다. 최저임금을 못 지키는 이유는 최저임금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해 나온 민주노총 이제웅 서울 본부장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가슴에 또 못을 박은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은 경제대국에서 아직도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덤핑한다"라면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5.2% 인상됐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임금 자체가 적기 때문에, 플러스가 적으면 임금이 너무 낮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 1월 전체노동자 임금이 4.5% 인상됐다는데, 평균 임금 400만원인 100인 이상 사업장들은 18만원 정도 인상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이야 7.2% 되어봐야 7만2000원 인상된 거다. 임금비율로 보면 격차가 더 심화됐다. 형편없는 금액"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경총 측은 "최저임금은 생활임금도, 평균임금도 아니다. '혼자 사는 단신근로자의 한달 최소한 생계비 수준'이 기준"이라면서 "최저임금 노동자가 가장인 경우도 많지만, 그건 최저임금 제도가 아닌 근로소득장려세제나 다른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보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 4300원 받고 일한다고 하면, 4300원에도 노동을 공급할 의사가 있다는 것 아니냐"라며 "최저임금 이하를 주더라도 일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감시감독 범위 등에는 한계가 있고, 최저임금은 현실보다 굉장히 높게 책정되어있다"라고 맞섰다.
또 경총 측은 "최저임금 대상근로자의 90%가 30인 미만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흔히 말하는 편의점-PC방-주유소 같은 영세소상공인들"이라면서 "이들도 취약계층이다. 갑을관계, 양극화 문제가 아니라 어려운 사용자와 어려운 근로자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은 "처음 시작할 때 취지야 그랬지만, 지금은 전연령층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10%, 700만명 정도 된다"라면서 "당연히 그 속에 가장이 많다. 이미 단신근로자 기준은 넘어섰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은 1년이 돼도, 10년이 돼도 계속 최저임금의 쳇바퀴를 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비 같은 감시단속 노동자는 최저임금도 못받고 있다. 이런 노동자가 170만명 정도 된다"라면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안 하고 있는 게 문제다. 편의점의 경우 갑을 관계에서 원청회사가 너무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는 게 문제지, 최저임금을 못 줄만큼 어려운 게 아니다. 경영 측은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측은 "수수료나 임대료 같은 소상공인 문제가 50%다. 임금 비중은 8%밖에 안 된다. 갑을 관계를 정리하는 게 맞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상생을 통한 국민통합이나 국민행복 시대를 위해서는 저소독층과 저임금 노동자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해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편 이번 최저임금 5210원 인상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2014년 최저임금 5210원 결정은 임금의 지불주체인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로 매우 실망스럽다”라는 입장을 표했다.
최저임금 5210원 확정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최저임금 5210원, 인상폭이 너무 적다", "최저임금 5210원, 시급 5000원을 이제야 넘기다니", "최저임금 5210원, 그래도 맥도날드 직원이 한시간 일해도 빅맥 세트 못먹는 돈"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새벽에 끝난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5210원을 의결했다. 노동계 위원 쪽은 5790원(21% 인상)을, 사용자측 위원 쪽은 4910원(동결 내지 1% 인상)을 각각 최저임금으로 주장하며 갈등한 끝에 민주노총과 경영자 측이 모두 퇴장했다. 결과적으로 양 측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공익 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 구간(4996~5443원)의 중간인 5210원으로, 27명 중 15명의 찬성표를 얻어 결정됐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최저임금 5210원 사진출처=SBS 뉴스 화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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