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영업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57조 원에 9조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5일 밝혔다. 이를 환산하면 하루에 약 6264억 원어치를 팔아 1044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16.6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9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소송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느라 영업이익이 줄었던 올해 1분기(1∼3월)를 제외하면 2012년 1분기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109조87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으로 200조 원대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10조 원대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국내 증권사의 전망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면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8% 떨어진 126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경 사업부문별 최종 실적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 스마트폰이 최대 실적 이끌어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인터넷모바일(IM) 부문이 이끌었다. 일부 외국 투자은행은 갤럭시S4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휴대전화 업계는 삼성전자가 1분기 세계 시장에서 694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약 7200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갤럭시S4는 세계 시장에서 판매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 돼 1000만 대, 두 달 만에 2000만 대를 돌파하면서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판매 속도가 빠르다. 이에 힘입어 올해 스마트폰 판매 목표 3억 대(출하량 기준)의 절반가량인 1억4140만 대를 상반기에 팔아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익률은 정체된 것으로 추정된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M 부문 영업이익률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 것이 주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 받아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지털솔루션(DS) 부문도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장에선 5월 기준 PC용 D램 가격이 1월에 비해 74%가량 올랐고, 모바일 D램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반도체 사업은 2분기보다는 3분기(7∼9월)에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는 전자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세계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새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TV와 냉장고 등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은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뚜렷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샤프나 파나소닉 등 일본 TV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어드는 등 고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분기 영업이익 11조 원 전망도
스마트폰의 호조와 반도체 경기 회복 등 호재가 겹치면서 3분기엔 영업이익이 1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9월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를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 등 경쟁사와 비교해 프리미엄급부터 중저가에 이르기까지 훨씬 다양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점, 반도체 시황이 지속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점도 최대 실적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에는 스마트폰 사업의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IM 부문의 이익이 개선되고 애플 신제품 효과로 반도체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