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몇 명의 네이버 직원이 서울 강남구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담요와 에어캡으로 싼 서버를 품고 택시에 올랐다. 네이버가 생긴 지 1년 6개월이 지났을 즈음 폭증하는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해 목동의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서버실을 이전할 때 벌어진 일이다. 마치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처럼 직원들은 사용자의 소중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서버를 ‘몸’으로 옮겼다. 네이버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는 이 일은 네이버가 과거부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보여 준다.
홍보담당 채선주 이사는 ‘네이버는 8만 대장경을 만들고 보관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이어받아 데이터센터에 쌓이는 세계인의 데이터를 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閣… 첨단의 결정체
지난달 20일 네이버는 강원 춘천시 구보안 자락에 IDC ‘각(閣)’을 열었다. 국내 인터넷 기업으로는 최초로 IDC를 세우는 일을 네이버는 ‘21세기 장경각 프로젝트’로 불렀다.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의 정보를 정성을 다해 보관하겠다는 마음에 IDC 명칭을 ‘각’으로 붙여 데이터를 대하는 각오를 드러냈다.
‘각’은 축구장 7배 크기인 5만4229㎡ 터에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서버관 3개동과 관리동 1개동 등 모두 4개 건물로 이뤄졌으며 서버관에는 모두 9만여 대의 서버가 보관 될 예정이다. 배터리 없이 운영 가능한 ‘Dynamic UPS’, 지연 없이 트래픽을 처리하는 ‘패브릭 네트워크’, 저전력-고집적 ‘랙’, 열 손실을 최소화한 ‘차폐 시스템’, 고온다습을 견디기 위한 ‘외기 이용 서버룸 냉각장치’, 진도 9.0 지진에도 버티는 내진 설비, 심야 전력을 활용한 ‘빙축열’ ‘수축열’ 시스템 등등의 최첨단 기술이 ‘각’의 건립에 적용됐다. 또 72시간까지 자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외부 전력이 단절되더라도 2.5초 만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네이버에는 하루 1800만 명의 이용자가 들어와 100여 개의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들은 초당 4000회 이상의 검색어를 입력해 정보를 찾고 초당 2300여 통의 메일을 서로 주고받으며 N드라이브에만 하루 2000만 장의 사진을 올린다. 또 글로벌 메신저 라인에서 230여 개국 1억8000만 명이 정담을 나눈다.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매일 쌓이는 데이터의 총량은 400테라바이트(기가바이트의 1024배) 이상이다. 방문객들이 남긴 데이터 총량은 지금까지 180페타바이트(테라바이트의 1024배)에 이르는데, ‘각’에는 9만여 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 한 대에 12테라를 저장할 수 있는 서버를 사용한다면 약 1제타바이트(페타바이트의 약100만 배)의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다.
사명감이 만든 역사의 그릇
역사를 후대에게 안전한 상태로 영원히 전해 줘야 한다는 이해진 NHN 의장의 사명감에 춘천 IDC가 지어졌다. 인쇄물로 보관되고 전해지는 역사도 디지털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시대다. 네이버의 IDC는 디지털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일반의 인식에 부합한 ‘역사를 담는 그릇’으로 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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