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공격적 디자인+풍부한 편의장치… 소비자 감성 잡는다

도요타 ‘RAV4’

도요타의 제품 철학은 ‘양품염가(良品廉價)’다. 소비자를 향해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외침인 셈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영혼이 없는 자동차’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적지 않다. 고장이 적고 편안한 승차감이 장점이지만 디자인과 감성 품질이 떨어지고 운전 재미도 없다는 의미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도요타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4세대 신형 ‘RAV4’를 내놓으면서 “디자인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실내 감성품질도 높였다”고 밝혔다. 채널A의 자동차 프로그램인 ‘카톡쇼’에서는 새롭게 바뀐 RAV4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강렬해진 디자인

이전 세대 RAV4 디자인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는 ‘무난함’이다. 섹시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둥글둥글하면서 편안한 모습이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눈에 띄거나 존재감이 강한 디자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RAV4는 멀리서 봐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V자 형식으로 디자인된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은 공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닛과 차체의 측면에도 날카로운 선이 들어가 있고 뒷모습도 각이 잡혀서 도요타가 디자인에 큰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런 도요타의 변신에 대해 평가는 엇갈린다. 언뜻 봐도 도요타의 자동차임을 알게 하는 디자인 정체성은 확보했지만 완성도는 떨어진다는 의견과 아직 도요타의 변신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일 뿐 시간이 지나면 세련되게 느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변하고 있는 도요타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할 것 같다.
개선된 운전성

기존 RAV4는 부드러움이 장점이었다. 물렁한 서스펜션(차체를 지탱하는 장치) 때문에 거친 길에서도 승차감이 튀지 않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지만 좌우로 급하게 꺾이는 S자 커브길이나 고속으로 운전할 때는 차체가 흔들리고 안정감이 떨어져서 불안감을 줬고 운전재미도 떨어졌다.

도요타는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2012년부터 새로운 차체 설계 원칙을 세웠다. 힘이 많이 가해지는 차체 구조물에 고강도 철강을 사용함으로써 차체의 비틀어짐을 줄여 핸들링의 정확도를 높이면서 중량도 줄인다는 원칙인데 ‘캠리’와 ‘아발론’에 이어 RAV4에도 적용됐다. 이와 함께 스포티한 주행 감각과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변속기를 기존 4단에서 6단으로 업그레이드했고 변속 프로그램도 에코, 노멀, 스포트 등 3단계로 조절되도록 했다.

게다가 운전자가 운전대를 돌릴 때 재빠른 반응을 얻도록 ‘다이내믹 토크 컨트롤 4WD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 장치는 전륜과 후륜 사이의 동력 전달과 운전대를 꺾는 각도,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빠르게 차가 회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적극적인 공기역학 개념을 반영한 ‘에어로 스태빌라이징 핀’을 넣어 고속주행 중 주행 안정성도 높였다.

실제로 몰아본 RAV4는 스포츠카 수준은 아니지만 확실히 전 세대보다 재빠른 핸들링 성능을 보였고 차체의 흔들림이나 고속 안정성도 제법 높아졌다. 다만 부드러운 승차감은 약간 떨어져서 거친 노면을 지날 때는 차체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뒷좌석 승차감은 약간 불편했다.
보수적인 고집은 그대로

RAV4는 여러모로 진보했지만 특별히 불편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고 충분히 검증된 기술만 적용하는 도요타의 보수적인 면도 그대로 남아있다. 엔진을 보면 상당수 자동차회사에서 최근 신차종에 널리 사용하는 직접분사(GDI)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GDI 엔진은 출력과 연비를 동시에 높이지만 연료품질이 낮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소음과 진동이 일반 엔진보다 높은 것이 단점이다.

계기반도 컬러 액정이나 화려한 스타일의 하이비전 타입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일반 조명 타입이 그대로 들어갔다. 실내등 역시 옛날 택시에서나 볼 수 있는 올드패션 스타일이다. 실내의 각종 스위치들도 디자인에 신경 쓰기보다는 눈에 잘 띄고 작동하기 쉽도록 큼직하고 단순한 직사각형 타입이다.

도요타의 이런 보수적인 정책은 원가절감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겐 약간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풍부해진 편의장치와 공격적인 가격

RAV4에는 럭셔리 SU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동 뒷문 개폐장치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운전석 스위치나 무선 키를 이용해 전동으로 개폐가 가능하다. 사용자의 키에 따라 개방 높이를 저장하는 ‘레벨링 메모리 기능’도 적용됐다. 이 기능은 도어 핸들에 손이 닿지 않거나 차고의 천장이 낮은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도 기본 장착됐다. 이 시스템은 시속 16km 이상의 속도에서 작동하는데,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이 감지되면 아웃사이드미러에 표시등이 켜지며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석 시트에 메모리 기능이 적용된 것도 눈에 띈다.

안전장치로는 4세대 어드밴스트 에어백과 운전석 무릎 및 조수석 쿠션 에어백 등 모두 8개의 에어백이 들어갔고 충격에너지 흡수 구조의 고강성 차체와 앞좌석에 경추부상 방지 시트,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장착됐다. 그 덕분에 RAV4는 올해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최고 안전 차량’에 선정됐다.

이렇게 상품성이 높아졌지만 가격은 4륜구동 모델은 3790만 원, 전륜구동 모델은 3240만 원으로 국산 동급 모델보다 300만 원 정도 높은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