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세계 상선 발주량 작년 2배, 한국 점유율 35%… 中제치고 다시 1위
현대미포, 美운반선 3척 1881억 수주… 대우조선, LNG 운반선 본계약 앞둬
조선업계에서 ‘드디어 바닥을 찍은 것 같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어온 5년간의 장기 불황이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는 분석이다.
근거는 최근 늘어나는 수주 소식이다. 현대미포조선은 10일 미국 최대 농산물업체인 돌로부터 청과물 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발주 금액이 총 1억6500만 달러(약 1881억 원)로 중규모 조선업체인 현대미포조선에는 대형 계약이다. 냉동시설을 갖춘 고급 선박으로 비슷한 크기 화물선의 두 배 가까운 가격을 받아 수익성도 높다.
한진중공업도 이날 현대상선과 유연탄 수송선 4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 이는 군함 등 일부 특수선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변변한 일감을 얻지 못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5년 만에 맺은 계약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소식이 잇따랐다. 대우조선해양은 1일 러시아에서 총 규모 4억 달러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5일에는 러시아 노바테크와 프랑스 토탈의 천연가스 개발사업용 LNG 운반선 건조를 위한 선표예약계약도 맺었다. 선표예약계약이란 본계약 전에 작업용 독을 비워두는 계약이다. 전체 발주액이 최대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 LNG 운반선 건조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우조선해양이 맡을 확률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은 9일에도 총 4800억 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다.
세계 조선 경기도 반등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세계 상선 발주량은 166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로 지난해 같은 기간(877만 CGT)보다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국 업체는 상반기에 599만 CGT를 수주해 전체 수주량의 약 36%를 차지했다. 건조량도 늘어 점유율 35.1%로 중국(34.3%)을 제치고 상반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 경기가 호전되면서 세계 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조선업 경기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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