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리미엄 화장품 ‘다비’ CEO 패리시 메들리
R&D-생산 100% 위탁해 유통망 확대
미국의 유명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가 만든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다비’가 연구개발(R&D)과 생산을 한국 업체인 LG생활건강에 100% 위탁하기로 확정하고 제품군과 유통망 확대에 나선다. 다비는 글로벌 특급호텔 체인 ‘페닌슐라’와 대한항공 퍼스트·프레스티지 클래스 등에 공급돼 온 고급 화장품이다.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LG생활건강 본사에서 만난 다비의 최고경영자(CEO) 패리시 메들리 사장(52·사진)은 “LG생활건강의 공장과 연구실을 일일이 방문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다보니 세밀함과 속도, 완성도 측면에서 기존 미국 생산업체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의 화장품 개발, 생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월 다비를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이면서 아시아 판권을 획득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메들리 사장은 대표 제품인 ‘다비 르 그랑 크뤼 크림’의 기존 패키지와 LG생활건강과의 협업으로 재탄생한 패키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파트너십의 성과를 자랑했다. 기존 패키지는 다소 심심해 보이는 심플한 디자인이었던 데 비해 새 패키지는 금박 로고를 새겨 넣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 났다.
“패키지에 금색을 쓴 것을 보고 무릎을 쳤어요. 금색은 몬다비가 만든 와인 ‘오퍼스원’ 라벨에도 쓰이는 색이라 브랜드의 유전자(DNA)를 아주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약 2년 전부터 파트너사를 물색하던 메들리 사장은 특히 한국 업체들을 가장 먼저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뷰티 업계에서도 ‘그냥 화장품’을 좀 더 싸게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이 많지만, 제대로 만들려면 한국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한국은 고급 화장품 생산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읽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미국 여성들이 하루 평균 3개의 화장품을 쓰는 데 비해 아시아 여성들은 10개나 쓴다는 내용의 통계였다.
“제 주변 미국인들은 ‘원래 피부가 좋은 아시아인들이 왜 이리 화장품을 많이 쓰지’ 하고 의문을 갖기도 하고, ‘화장품을 많이 써서 피부가 좋은가’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 습관은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고요.”
스킨케어와 보디케어 위주로 구성된 다비의 제품은 LG생활건강 측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CC크림 등 베이스 메이크업으로도 영역을 확대한다. 다비는 웰빙의 상징인 ‘와이너리’ 화장품이라는 특수성에, 페닌슐라 호텔의 스파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장점을 살려 향후 스파 관련 서비스도 검토할 예정이다.
메들리 사장은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고민이 있어 보이지만 와인을 찾으면 기쁜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며 “전 세계적인 ‘힐링’ 트렌드에 힘입어 와이너리 화장품도 수요가 높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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