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현대車-현대重 여름나기 대작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초복 앞둔 울산… “닭-돼지 살려”

11일 울산 북구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구내식당 24곳은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불이 켜졌다. 초복(13일)을 앞두고 울산공장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 3만5000여 명에게 특별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제공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조리사와 조리원 615명은 3만9000마리, 약 20t 분량의 닭을 손질했다.

삼계탕을 통째로 삼킬 수 있을 것 같은 건장한 체구의 직원들이지만 입맛은 섬세하다. 내장과 목은 물론 날개 끝부분, 배의 지방, 꼬리 부분까지 제거했다. 물이 펄펄 끓는 대형 솥에 한 번에 닭 130∼150마리와 수삼, 황기, 대추, 마늘을 함께 넣자 국물은 점차 진한 빛깔로 변해갔다. 곧 삼계탕의 풍미가 식당 주변에 진동했다. 이날 울산의 기온은 오전에 이미 33도를 넘어 11시 첫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초복(13일)을 이틀 앞둔 11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식당에서 근로자들이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초복(13일)을 이틀 앞둔 11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식당에서 근로자들이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초복 앞둔 울산은…닭과 돼지의 시간

현대차 울산공장의 점심식사는 오전 10시 50분에 시작된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나온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식당으로 이어졌다. 울산공장의 하루 식사량은 평균 4만 명분. 식당 한 곳당 1600명이 넘는 인원이 식사해야 하기 때문에 40분씩 2교대로 이뤄진다. 이날 80분 동안의 점심식사를 위해 삼계탕 재료 외에도 무와 콩나물 각각 3t, 양파 2.6t, 긴 어묵 2t이 쓰였다. 또 오이와 찹쌀 각각 1t, 대파 585kg, 수삼 65kg이 들어갔다. 이날 새벽에는 12일 점심메뉴인 추어탕을 끓이기 위해 미꾸라지 440kg이 입고됐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풍경도 비슷하다. 식사량이 5만 명분에 육박하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9일 보양식으로 한방삼겹살 수육을 내놓았다. 이날 쓰인 삼겹살은 총 14t으로 수육을 써는 데만 500여 명이 투입됐다.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1인분이 200g이라고 하면 한 끼에 7만 명분을 먹어치운 셈이다. 상추 2.5t, 양파 4.2t, 풋고추와 마늘이 각각 840kg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쉽게 달궈지는 철판 위에서 용접 같은 작업을 해 체감온도가 높은 데다 무거운 철판이나 공구를 들고 높이 40m가 넘는 대형 선박 위를 오르내리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며 “초복부터 말복 사이에는 원기 회복을 위한 특식을 주 1회 이상 제공한다”고 말했다.

○ 울산 경제 들썩이는 현대의 ‘초복맞이’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업계,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 최다 근로자 수를 자랑한다. 그런 만큼 두 회사의 초복맞이는 유난스러운 구석이 있다. 모든 임직원이 초복에 함께 보양식을 먹는 게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하나의 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다. 손윤락 현대차 울산공장 복지후생팀 차장은 “땀을 많이 흘리는데 온 임직원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함께 삼계탕을 먹고 힘을 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가족의 여름나기는 지역 식음료업계와 유통업계도 들썩이게 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에 하루치 식재료를 공급하는 2.5∼5t 트럭만 30여 대에 이른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도 들어오지만 이때도 울산지역 유통망을 거치는 만큼 지역경제에 긍정적 요소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식당에서 부식으로 제공하는 요구르트는 하루 8만 개가 넘는다. 조업일은 한 달에 20일 정도지만 한 번에 두세 개씩 먹는 직원도 많아 울산공장에서만 한 달 평균 200만 개의 요구르트를 소비한다. 두 곳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배식시간인 오전 11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5개씩 포장된 요구르트 봉지만 뜯는 조리원도 있다”며 “요구르트 봉지를 한 번에 뜯는 노하우를 익혀 ‘달인’으로 불리는 조리원이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한 달 전에 미리 메뉴를 짠다. 막대한 양의 식재료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식당의 메뉴가 겹치지 않게 한다. 두 곳이 같은 메뉴를 정하면 한 번에 8만 명 이상의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현대가의 초복맞이에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울산에서 현대는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울산 시민은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현대와 연결된다는 말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 직원과 1∼3차 협력업체 직원을 모두 합하면 약 15만 명. 4인 가족 기준으로 60만 명이 현대차와 관련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울산 전체 인구가 약 11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다.

구성원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 정장 대신 현대 점퍼를 입고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며 “그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회사는 함께 먹는 식사부터 꼼꼼하게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홍정수 인턴기자 고려대 통계학 4학년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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