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넘어 RIY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불황에 ‘셀프 리폼’ 열풍… 전기드릴-재봉틀 등 관련용품 판매 급증
손잡이-단추만 교체해도 새로 산 기분… 알뜰족, 가구-옷 직접 손질 ‘창조수선’
“돈 아끼며 개성 표현… 일석이조죠”

오래된 물건을 예쁘게 수리해 쓰는 RIY(직접 고쳐 쓰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의 매출도 늘고 있다. 전기드릴과 미니재봉틀, 다양한 가구 손잡이들(위쪽부터). G마켓 제공
오래된 물건을 예쁘게 수리해 쓰는 RIY(직접 고쳐 쓰기)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의 매출도 늘고 있다. 전기드릴과 미니재봉틀, 다양한 가구 손잡이들(위쪽부터). G마켓 제공
자취를 하는 직장인 정아름 씨(27·성동구 홍익동)는 망가진 서랍장과 책상을 직접 고치다 가구 리폼에 취미를 붙이게 됐다. 그는 “수리비용이나 새 제품의 구입비용이 부담돼 직접 수리를 시작했고 어느새 손잡이 교체 등의 리폼을 하게 됐다”며 “비용이 적게 들고 인테리어 효과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자신이 쓸 물건을 직접 만드는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들기)’ 열풍이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RIY(Repair It Yourself·직접 고쳐 쓰기)’로 진화하고 있다. RIY는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만들어내는 DIY와는 달리 기성품을 손보고 수리해 자기만의 것으로 만드는 트렌드를 일컫는다. 신규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나름의 취향과 개성을 더할 수 있어 기계, 가구, 패션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주요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수리·수선 관련 물품의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진다. 11일 G마켓에 따르면 자동차를 정비할 때 쓰는 볼트 너트 등 연결용품의 최근 한 달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옥션에서도 같은 기간 자동차 정비용품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5% 증가했다. 옥션 측은 “수시로 타이어에 공기를 넣을 수 있는 ‘에어컴프레서’나 타이어의 적정 공기압을 확인해 주는 ‘타이어 압력게이지’ 등 카센터에 가지 않고 스스로 자동차 상태를 점검·정비하게 해 주는 제품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가구도 수선용품 매출이 많이 늘어난 분야다. 최근 한 달 동안 G마켓의 전동드릴과 접착용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3%, 72% 늘었다. 손잡이 등 가구 부속품과 페인트, 리폼용 스프레이 등 보조용품 판매는 20% 이상 늘었다.

가구와 관련해서는 특히 비싼 것보다는 저렴한 실속형 제품들이 인기다. G마켓의 히트상품인 ‘홈닥터 전기드릴’은 가격(2만4800원)이 비싸지 않지만 다이얼 모양의 스위치를 돌리기만 하면 모터의 속도 조절이 자유자재로 되는 제품이다. 가구 손잡이 역시 디자인에 따라 1000∼5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낡고 해진 의류·침구류를 손수 수선해 개성을 더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재봉틀과 관련 부자재 판매도 꾸준히 신장하고 있다. G마켓의 재봉틀 판매는 최근 한 달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으며 리폼 부자재용품 판매는 15% 증가했다. 1,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작고 저렴한 ‘미니재봉틀’(6500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닷컴은 최근 재봉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의류 RIY족을 위한 ‘명품 브랜드 미싱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수준 향상과 취향 다변화 덕에 인기를 끌었던 DIY에 불황형 알뜰소비 트렌드가 겹치면서 RIY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RIY는 기존 재품을 수선하는 것이지만 완성 후에는 새 물건을 장만한 듯한 만족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셀프 리폼#R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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