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설립된 자동차 차체 부품회사 성우하이텍이 갖고 있는 기록이다. 국내 자동차 범퍼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한국GM, 현대기아자동차 등 품질관리가 까다로운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반송된 제품은 최근 3년간 단 한 개도 없었다. 성우하이텍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조10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벤처 1조 클럽’에 당당히 가입했다.
지난해 처음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벤처기업은 성우하이텍 외에 게임회사 넥슨코리아,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편광필름업체 한국니토옵티칼, 자동차용 전기 배선장치업체 유라코퍼레이션이 있다. 세계적인 불황의 파고를 넘어선 비결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통한 시장 개척이었다.
○ 기술 개발로 벤처 1조 클럽 입성
성우하이텍은 1994년 국내 차체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외환위기가 닥쳐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때에도 부품의 원가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새 장비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WMU를 인수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국내 263건, 해외 20건의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이는 16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벤처 천억 기업(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넘긴 벤처기업)’ 416곳 중 7번째로 많은 것이다. 국내외 바이어들에게도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현대기아차 협력사 평가에서 전 부문 최고 등급을 의미하는 ‘그랜드 품질 5스타’ 인증을 받았다. 한국GM이 선정하는 ‘올해의 협력사’에도 2009년부터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부침(浮沈)도 있었지만 이 회사는 창사 이후 단 한 차례도 감원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조724억 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니토옵티칼은 TFT-LCD 편광필름 부문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유라코퍼레이션(1조95억 원)은 8개국에 23개 사업장을 두고 연간 약 340만 대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국내 게임회사 최초로 ‘바람의 나라’를 1997년 미국에 수출한 이래 현재 110여 개국에서 게임 60여 종을 선보였다.
○ 불황에 강한 벤처 천억 기업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넘은 벤처 천억 기업은 모두 416곳으로 2011년보다 35곳이 늘어났다. 중기청과 벤처기업협회가 처음으로 벤처 천억 기업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5년(78곳)에 비하면 6배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안랩, 대동시스템, 리노스, 뉴프렉스 등 54개 기업이 벤처 천억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벤처 천억 기업은 불황에 강했다. 이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2143억 원으로 전년보다 9.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평균 매출액이 5.1%, 중소기업이 3.5% 늘어난 데 비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벤처 천억 기업들은 6.5%로 대기업(4.8%), 일반 중소기업(4.3%)보다 높았다. 벤처 천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2.4%(대기업은 1%대)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벤처 천억 기업들의 근로자수 증가율(8.6%)은 대기업의 최근 3년간 고용증가율 4.7%를 크게 앞질렀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지난해 벤처 천억 기업들의 전체 매출은 89조2000억 원으로 재계 순위로 따지면 5위에 이를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R&D, 해외 개척 등 한국 중소·중견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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