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회의 현장
콘셉트 개발서 판매까지 점검 구슬땀… “덕 다운 품귀현상에 가격 고민돼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오롱스포츠 본사 의류기획팀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올겨울에 선보일 다운재킷 시제품들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는 8월 중순 신제품 프로모션 행사를 시작으로 겨울상품 판촉에 나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금 공장에선 올겨울에 팔릴 다운재킷이 한창 생산되고 있어요. 8월이 되면 내년 겨울에 선보일 제품 기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회의실. 장마가 한창인 여름 내내 이 회사 디자이너들은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에서 올겨울 선보일 다운(오리나 거위의 가슴 쪽 솜털) 제품들 속에 파묻혀 지낸다.
오랜 기획 과정을 거쳐 생산된 제품들의 완성도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짧은 반바지에 도톰한 다운재킷을 걸치고 착용감을 점검하는 장면이 이들에겐 전혀 낯설지 않다. 신영철 코오롱스포츠 의류기획팀 차장은 “의류기획팀 직원들은 남들보다 1년 반 정도 앞서서 살아간다”면서 “디자인 콘셉트 개발부터 실제 제품이 시장에 팔릴 때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올겨울에 선보일 주요 제품은 대부분 ‘중량 다운재킷’ 또는 ‘헤비 다운재킷’이다. 최근 몇 년간 소비자의 선호가 얄팍한 ‘경량 다운재킷’에서 중량, 헤비 다운재킷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겨울 중량·헤비 다운재킷 매출은 2008년 겨울보다 각각 680%, 900% 늘었다. 경량 다운재킷의 매출이 같은 기간 34%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변화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패션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경량 다운재킷은 패치(천을 덧댄 장식)나 봉제선을 다양하게 연출하기 어려워 브랜드가 달라도 제품의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겨울철이 더 추워지고 길어져 소비자들이 더 따뜻한 제품을 찾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겨울 선보일 다운재킷 제품에는 새로운 기능 및 소재도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특수물질로 표면처리를 해 털 빠짐, 정전기를 줄여주는 ‘아토서머’ 안감을 일반 다운재킷의 소재로 채택했다.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휴대전화 등 간단한 전기제품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한 ‘윈드 터빈’ 기능을 넣은 제품도 있다.
한편 요즘 패션 및 아웃도어 업계는 올겨울 내놓을 다운제품 가격책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운재킷의 주요 소재인 오리, 거위의 가슴 부위 털의 수요는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소재 공급은 정체 상태여서 생산 원가가 크게 뛰고 있는 것.
오리 가슴털인 덕 다운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영향으로 최대 생산지인 중국에서의 공급이 크게 줄어 최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위 가슴털인 구스 다운도 마찬가지. 유럽 미국 등의 수요가 늘면서 원가가 계속 올랐다. kg당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수준까지 올랐다.
이런 점 때문에 코오롱스포츠 측은 여러 차례 전체 회의를 거쳐 가격상승폭을 5% 이내로 묶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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