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정부는 향후 5년간의 과학기술 청사진을 담은 ‘제3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분야에 5년 동안 92조4000억 원을 투입해 일자리 64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과학기술정책 패러다임 전환’ 좌담회가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을 좌장으로 박항식 미래부 과학기술조정관,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김병윤 KAIST 연구부총장, 이학성 LS산전 기술고문, 한미영 세계여성발명·기업인협회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놓인 것과 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을 위한 R&D를 했다면 이제는 세계를 이끄는 ‘선도형 R&D’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R&D가 아니라 누구도 하지 않은 연구로 세계를 이끄는 R&D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문 원장은 세계를 이끄는 연구를 하려면 먼저 시대의 필요를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개발한 것은 과학기술자이지만 움직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수단을 바라던 대중의 필요를 읽었기에 가능했다”며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건강 문제에 주목한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과학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아이디어를 모아 원천기술의 토대를 마련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지식재산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누구도 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1962년 미국 정부가 처음 달 탐사 계획을 발표할 때나 각국 정부가 모여 1990년대 초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착수할 때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주를 향한 문이 활짝 열렸고 유전자지도가 밝혀지면서 생명에 대한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게 됐다.
김 부총장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곳에는 민간이 투자 결정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창의적인 연구를 양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연구비가 정부 주도의 대형 과제에 쏠리지 않아야 하며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조정관은 이에 대해 “연구자들이 지금껏 없던 혁신적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성실한 실패’를 인정하고 평가 시스템도 질적 성과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산학연이 함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고문은 ‘스마트 그리드’ 기술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은 대학과 연구소의 성과를 토대로 첨단 기술과 재래식 기기가 조합돼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전력 공급이 안정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에서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원장은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주도하지만 다른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와의 갈등을 중재하고 세부 사업을 위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조정관은 이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우수한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서 성공률을 높이고, 실제 서비스 과정에서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간의 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조세 지원을 확대하고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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