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려 1순위는 징벌적 손해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30대그룹 경제민주화 법안 평가

“담합은 나쁘죠. 하지만 담합 한 번으로 과징금 외에 피해 금액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고, 집단소송을 당해 나머지 모든 피해자에게 또 배상을 하고, 관련 부처가 고발해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이런 4중(重) 처벌을 받고 살아남을 기업이 있겠어요?”(30대 그룹 법무담당자)

국회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과시켰거나 입법을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상법, 유해물질관리법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법’ 곳곳에 현실에 맞지 않거나 처벌 수준이 과도한 독소조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동아일보가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앞으로 국회에서 논의할 경제민주화법 조항 20개 가운데 불합리하거나 경영에 지장을 주는 독소조항을 복수로 꼽아 달라고 요청한 결과 기업들은 피해액의 3∼10배를 배상케 하는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첫 번째로 들었다.

기업들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에 징벌적 성격이 포함돼 있는데 별도로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은 지나치고 법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제약할 뿐 아니라 이중처벌이라는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과징금과 별개로 업체가 검찰에 고발될 수 있는데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까지 도입하면 견뎌 낼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 밖에 통상임금 범위 확대, 순환출자 금지, 집단소송제 도입, 집중투표 의무화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 가운데는 ‘일감 몰아주기 금지’를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총수 일가의 편법 증여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수직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규제하는 바람에 경영에 차질이 많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금지에 이어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5억 원 이상 등기임원 연봉 공개 △전속고발권 폐지 △화학사고 발생 시 매출액의 5% 이하 과징금 부과 조항 등이 뒤를 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무더기로 통과된 경제민주화법 가운데에는 규제 대상이 불확실하고 부처의 재량에 맡겨진 독소조항이 많아 자의적 법 집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원재·박창규 기자 peacechaos@donga.com
#재계#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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