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이젠 네가 낯설지 않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빙수에서 음료-건제품까지 ‘국민 수입과일’로 자리 매김

롯데마트는 최근 과일코너 한쪽 구석에 조금씩만 진열했던 망고를 최근 통로와 바로 맞닿은 ‘엔드 진열대’로 옮겼다. 당연히 취급 물량도 늘렸고 심지어 전단지에도 망고를 등장시켰다. ‘구색 맞추기용’ 과일이었던 망고가 마트 전단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수입과일이던 망고가 최근 ‘국민 수입과일’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망고음료가 소개되며 잠깐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지만, 망고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망고의 인기 이면에는 기후변화에서부터 인구구조 변동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대한민국에 상륙한 망고 열풍

망고의 매출 신장세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가파르다. 롯데마트의 6, 7월 망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나 늘어났다. 수입과일 중 판매증가율이 가장 높다. 이 수치는 수입과일이 전반적으로 역신장(―8.5%)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두드러진다. 망고는 특히 체리(―33.1%)나 키위(―43.4%)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롯데마트의 수입과일 판매 순위에서 망고는 지난해 7월 9위에 그쳤지만 이달에는 오렌지, 레몬을 제치고 6위를 차지했다.

이마트의 1∼7월 망고 판매량도 전년 대비 78.4%의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냉동 망고 역시 주스용으로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21.2% 늘었다. 건(乾)망고의 매출 신장세도 25.8%나 된다.

망고의 인기는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높다. NS홈쇼핑은 이달 초 업계 처음으로 아이스 망고 제품 2000세트를 모두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등 대형 음료체인들도 올여름 들어 망고가 포함된 빙수와 음료를 앞다퉈 신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음료업계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는 최신 유행을 반영한 가장 트렌디한 제품들이 나온다”며 “망고 관련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건 그만큼 망고의 인기가 높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실버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최근의 ‘망고 열풍’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줄어든 유통 시간과 그에 따른 맛의 향상이다. 예전에는 주로 선박을 통해 망고를 운반했지만 최근 대형마트들은 필리핀과 태국 등 산지에서 망고를 수집, 선별, 후숙(後熟·과일을 수확한 후 익히는 것)처리 해 항공편으로 들여오고 있다. 그만큼 배송시간이 짧아졌고 후숙을 시킨 뒤 바로 수입해 맛도 좋아졌다. 망고 가격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롯데마트의 망고 가격은 지난해 7월 말 100g당 1429원에서 이달 현재 1272원으로 11%가량 떨어졌다.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인기의 요인이다. 동남아 여행은 저가항공 취항 확대 등으로 올 상반기(1∼6월) 해외여행의 39.6%를 차지했다. 이마트에서 수입과일 파트를 담당하는 조선익 바이어는 “해외여행에서 당도가 높고 식감이 뛰어난 망고에 반한 고객들이 국내에서도 망고를 계속 찾는 경우가 많다”며 “망고는 특히 과육이 부드럽고 맛이 달아 노인들 사이에서도 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후변화 때문에 망고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봄철의 이상한파와 예년보다 긴 장마로 여름 제철 과일의 공급이 줄고 가격이 크게 올랐다.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수입과일에 주목하는 이유다. 신경환 롯데마트 수입과일 MD(상품기획자)는 “망고는 냉동, 건과일 형태로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일부 국산 과일의 대체재로 지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망고#수입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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