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를 대비해 안정적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을 찾던 자영업자 김모 씨(57).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오피스텔을
알아봤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한동안 연 7∼8%대를 자랑하던 수익률이 공급과잉 여파로 최근 4∼5%로 떨어졌고, 그나마
서울 도심을 벗어나면 임차인을 못 구하는 곳도 많았다. 고민하던 김 씨의 눈에 들어온 건 빌딩을 쪼갠 ‘섹션 오피스’. 3억 원
정도만 있으면 서울 강남에 85m²짜리 사무실을 소유할 수 있는 데다 6% 중후반대의 임대수익률을 올린다고 했다. 그는
“투자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아이를 위해서도 하나 더 매입할까 싶다”고 했다. 》
부동산시장에 ‘미니 열풍’이 거세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적은 투자금으로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소형 상품이 인기다. 소형 아파트, 소형 전원주택에 이어 최근에는 ‘섹션 오피스’가 새로운 틈새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 오피스 빌딩 잘게 쪼갠 ‘섹션 오피스’
섹션 오피스란 오피스빌딩을 다양한 규모로 분할 분양하는 오피스. 덩치가 큰 업무용 빌딩을 잘게 쪼갠 것으로 분양 규모는 작게는 85m²부터 크게는 330m²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1, 2개 층 단위로 분양된 곳도 있다. 지하 7층∼지상 23층 규모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신인터밸리, 지하 8층∼지상 23층인 역삼동 랜드마크빌딩, 지하 6층∼지상 21층인 대치동 금강타워 등이 대표적 섹션 오피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고양시 일산 등에서도 섹션 오피스가 종종 거래되고 있다.
섹션 오피스는 투자 장벽이 낮다. 빌딩에 투자하려면 최소 50억 원 정도, 많게는 수백억 원대가 필요하므로 웬만해서는 접근하기 힘들다. 하지만 섹션 오피스는 3억∼4억 원이면 노려볼 수 있다.
임대도 유리한 편이다. 섹션 오피스는 업무용으로 짓기 때문에 욕실, 주방 등 업무에 불필요한 시설이 없다. 그 덕분에 같은 공급면적이라도 오피스텔보다 사용공간이 더 넓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대형 오피스빌딩에 부담을 느끼지만 골목길에 있는 낡은 소형 빌딩은 선호하지 않는 중소 벤처기업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강남 빌딩시장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섹션 오피스의 공실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빌딩 컨설팅업체 프라퍼트리에 따르면 7월 현재 강남 오피스 전체 공실률 9.3%인 데 반해 섹션 오피스 빌딩들의 공실률은 7%대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상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신 프라퍼트리 대표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작지만 실속 있는’ 수익형 상품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정보에 밝은 고급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섹션 오피스가 임대수익과 훗날 시세차익까지 노려볼 만한 상품으로 ‘입소문’을 얻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빌딩의 핵심은 ‘입지’, 꼼꼼히 따져보고 접근해야
서울 강남 일대 섹션 오피스는 3.3m²당 1200만∼1600만 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가치 상승도 기대해봄직하다. 오피스 전문 부동산 매매업체 골든파트너스코리아 관계자는 “대치동 금강타워는 3.3m²당 매매가가 2003년 최초 분양 당시 1200만 원 선에서 현재 1500만 원 선으로 상승했다”며 “85m²의 경우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는 195만 원 선으로 임대수익률도 연 6% 정도로 쏠쏠한 편”이라고 말했다.
섹션 오피스라고 무조건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등 오피스 시장의 침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임대수요 등을 사전에 조사해봐야 한다. 또 섹션 오피스가 널리 알려진 부동산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팔고 나올 때 구매자가 많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혜진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 연구원은 “적은 투자금액으로도 접근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쪼개져 있다는 특성 때문에 임차인을 찾기가 다른 빌딩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며 “결국 핵심은 임차 수요가 얼마나 안정적이냐 하는 것인 만큼 인근 오피스빌딩의 공실률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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