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친환경-착한소비 큰 호응
현대그린푸드-이마트-롯데홈쇼핑, 회사 이미지 높이고 매출까지 증가
장애인 고용부담금 감면혜택도 매력
5일 경기 구리시 사노동의 에이스푸드 작업장에서 윤준현 대표(왼쪽)와 강승찬 현대그린푸드 축산물 구매 담당자가 닭고기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에이스푸드는 직원의 약 70%가 장애인인 사회적기업이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지적 장애인들에게 칼을 쥐여준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오히려 기계로 작업할 때보다 품질이 좋아지고,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도 더 높아졌습니다. 납품받는 회사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2007년 설립된 사회적 기업 ‘에이스푸드’의 윤준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에이스푸드는 경기 구리시 사노동에 있는 닭고기 가공·유통업체다. 닭가슴살과 닭다리 등을 대형 급식업체에 공급한다.
에이스푸드는 직원의 약 70%인 35명이 장애인이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이곳과 도급계약을 한 업체들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았을 때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의 일부를 감면받는다. 에이스푸드는 높은 품질의 제품과 금전적 이익을 동시에 원청업체에 제공해 ‘알짜 협력업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는 순기능도 있다.
에이스푸드의 사례처럼 대형 유통기업들이 소규모 사회적 기업의 덕을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흔히 대형 유통기업의 사회적 기업 지원은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시성 행동’ 또는 ‘일방적인 시혜’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기업과의 연계가 대형 유통기업에 오히려 여러 가지 유무형의 도움을 가져올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는 고품질 닭고기를 찾던 중 에이스푸드를 알게 됐다. 현대그린푸드에서 축산물 구매를 담당하는 강승찬 씨는 “에이스푸드는 기계를 사용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일일이 손으로 닭을 손질해 제품 품질이 뛰어난 데다 고용부담금 감면 혜택도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평소 납부하던 장애인고용부담금의 약 15%를 감면받았다.
사회적 기업은 ‘착한 소비’를 꿈꾸는 고객을 끌어들여 매출을 높여주는 장점도 있다. 이마트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유통하는 ‘우리아이 친환경’으로부터 친환경 식기와 재활용 휴지로 만든 완구를 공급받아 6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1억 원으로 2009년 판매 시작 후 매년 증가세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은 친환경적이고 인간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며 “실적이 좋아 매장 수를 곧 1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4월 사회적 기업 ‘위캔’에서 만든 ‘우리밀 쿠키 패키지’ 판매 방송에서 준비된 물량 1200개를 모두 판매해 약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예상외의 고객 반응에 추가방송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시험해 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현대홈쇼핑은 이달 초 중소기업 상품 무료방송(연간 일정 시간 이상 의무방송)에 출연할 업체를 찾기 위해 사회적 기업 박람회에 참가했다. 현대홈쇼핑이 찾아낸 업체는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노엘 신부가 만든 ‘엠마우스 일터’. 이곳은 국내산 곡물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만든다. 참기름 등은 그동안 홈쇼핑에서 다루지 않았던 품목이다. 현대홈쇼핑은 무료방송의 성과가 좋을 경우 정규 방송을 편성할 계획이다.
이승희 금오공과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1년 진행한 연구에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사회적 기업 지원 등 ‘사회공헌 마케팅’은 지출이 아닌 투자의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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