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를 철회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최소 706억 원의 혈세가 낭비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또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채용한 일부 고졸 계약직 행원들의 구조조정도 배제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산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은은 민영화 추진 비용으로 약 706억 원을 쏟아부었다.
이 가운데 21개 소매금융 지점을 신설·운영하는 데 160억 원, 신규 인력에 대한 인건비에 81억 원이 각각 들어갔다. 또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고 인력을 따로 채용하는 등 산은금융지주 설립에도 465억 원이 쓰였다. 산은은 강만수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1년 7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 소매금융 지점 21개를 세웠다. 민영화에 성공하려면 예금자를 확보할 수 있는 소매금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산은 민영화를 포기함에 따라 소매금융 기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신용도를 인정받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정책 금융기관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를 놓고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일 수 없어서다.
소매금융 기능이 축소된다면 최근 3년간 뽑은 고졸 계약직 행원의 구조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산은은 최근 3년간 모두 230명의 고졸 행원을 뽑았고, 이 가운데 102명은 소매금융 상품인 ‘KDB 다이렉트 뱅킹’을 전담하는 계약직이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산은은 “고졸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는 강 전 회장의 공언과 달리 올해 고졸 행원을 지난해의 6분의 1 수준에 그친 20명만 뽑았다.
한 고졸 계약직 행원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고졸 직원들끼리 민영화가 물 건너가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을 주고받는다”며 “대학입시도 포기하고 산은에 입사했는데 심란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자원 낭비는 물론 금융 당국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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