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이 106원 올랐는데 왜 유통비와 제조비도 올랐습니까? 소비자가 144원을 더 내야 하는 이유가 뭐죠?”(소비자단체 대표 A 씨)
“최근 회사 실적이 안 좋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우유업체 B 상무)
“그냥 가격 올리자는 거잖아요. 144원의 산출 근거가 뭐냐고요.”(소비자단체 대표 C 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 바랍니다.”(우유업체 D 상무)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1가 서울 YWCA회관에서 열린 소비자단체, 우유업계, 유통업계의 긴급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이해’였다. 최근 매일유업과 서울우유가 각각 8, 9일 우유가격을 L당 250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격했고 우유업체 임원들은 “(이런 현실을) 이해해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양 측이 사용하는 ‘이해’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원유가격 연동제’로 인해 원유가격이 오른 부분(106원) 외에 유통비(84원), 제조비(60원)를 추가로 더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니 비용 산출의 근거를 밝히라는 주장이었다. ‘이성적’으로 이해시켜달라는 뜻이었다. 반면 우유업계 간부들은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며 어려움을 알아달라고 입을 모았다. ‘감성적’으로 이해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어제까지 잘 마시던 우윳값이 오늘 L당 250원 더 비싸진다면 소비자로선 왜 그런지 궁금해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속에 포함된 유통비와 제조비가 왜 144원 오르게 됐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과 근거 대신 우유업체 관계자들은 감성에만 호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2011년 L당 가격을 200원 올렸는데도 “2008년 L당 450원 올린 이후 5년 만”이라며 사실을 왜곡하는 설명까지 나왔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1시간 내내 양 측의 대화는 겉돌았다. 소비자단체 대표들은 “값을 내리든지, 산출 근거를 가져오든지 내일까지 해결방안을 제시하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간담회 말미에 한 우유업체 임원은 “가격 인상을 앞두고 낙농업자, 대리점주, 유통업자가 모두 상생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를 이해시키기보다 생산자들의 이해를 구하러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게 명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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