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머리를 잘 안 믿고 생각도 별로 없는 사람이에요.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빨리 해보라고 합니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저에게 거리낌 없이 말하게 하는 것, 그게 행장이 할 일이죠.”
지난해 2월 외환은행장으로 취임한 윤용로 행장(58·사진)은 9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기자와 만나 “그동안은 론스타 체제로 침체됐던 조직 분위기를 없애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외환은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 21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은 뒤 2007년 12월∼2010년 12월 기업은행장을 지냈다.
―요즘 저금리·저성장으로 은행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은 잘 견뎠다.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내에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해외에서 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외환은행은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진출하려고 하는 해외 국가가 있는가.
“외환은행의 해외영업 이익기여도는 11%(작년 기준)로 국내 은행 중 최고다. 2015년까지 15%로 올리는 게 목표다. 주로 나가야 할 곳은 신흥국이다. 사실 금융업이 해외에서 소매영업을 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데 광고비가 많이 든다. 짧은 시간에 이익을 내려면 기업금융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 진출하는 한국 대기업, 협력 기업, 또 이 둘을 상대하는 로컬 기업 같은 ‘집토끼’를 공략해야 한다. 바로 현지 기업부터 막무가내로 접근하는 건 ‘바보’다.”
―론스타 체제에서 외환은행의 영업력이 많이 훼손됐나.
“론스타가 단기 수익에만 집중하다 보니 그동안 투자를 거의 안 했다. 지난 8년간 그 흔한 고객만족(CS) 교육도 안 시켰다. 그 결과 작년 모 기관의 CS평가에서 외환은행이 국내 은행 중 8등을 했다. 바로 CS혁신팀 만들어서 전국 지점 돌아다니며 교육시켰더니 6개월 만에 4등으로 뛰어올랐다. 하반기(7∼12월) 우선 과제는 영업력 확대다.”
―취임 후 ‘8000여 명의 직원 모두를 만나는 게 목표’라고 밝힐 정도로 직원들과의 소통에 가장 공을 들였다.
“지난 1년 5개월은 직원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직원들이 나를 봐도 인사도 안 했다. 멀리서 보고 고개를 돌리거나 돌아가는 직원도 있었다. 나도 사람인데 기분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수시로 전화하고, 찾아가고,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이 열리는 게 느껴졌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백조(100조)’ 한 마리가 저 앞에 오는 덩치 큰 애들을 이기기 힘들다. 이제는 외환은행이 200조 원 규모의 하나은행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독립경영으로 주어진) 5년 중 1년 반이 지났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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