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사’ 몰려드는 사모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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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체 인수 잇달아… “경기 안타고 현금 회전 좋아”

할리스커피, 버거킹, 커피빈.

이들의 공통점은 커피나 패스트푸드를 파는 거대 프랜차이즈업체라는 것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사모펀드가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 중인 기업이라는 것. 사모(私募)펀드인 미래에셋파트너스 6호는 최근 커피빈 인수에 나섰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달 할리스커피를 인수했고 보고펀드는 지난해 말 버거킹코리아를 사들였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에게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사모펀드들이 식음료시장에 줄줄이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 식음료는 ‘블루오션’

사모펀드들이 식음료업체를 인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금 창출력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한 뒤 상당 기간이 지나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치산업과 달리 식음료업체는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인다.

우등 KTB프라이빗에쿼티 투자전략본부장은 “현금 창출력 측면에서 식음료업체는 은행 다음으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며 “먹고 마시는 제품은 경기에 관계없이 소비하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덜 타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정적으로 돈이 되는 식음료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올해 2월 280억 달러(약 31조3600억 원)를 들여 세계적인 케첩회사인 하인즈를 인수했다.

성장이 정체된 기존 산업에서 수익을 낼 포인트를 잡아 ‘블루오션’을 찾아내는 것도 사모펀드의 특기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현재 360개인 할리스커피 매장을 3년 안에 600개로 늘릴 계획이다.

박찬우 IMM프라이빗에쿼티 이사는 “서울의 강남지역은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지만 강북이나 지방은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16% 성장했고 앞으로도 연간 10%가량 꾸준히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이사는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상관없이 식품업체를 추가로 더 인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고펀드는 직영점 체제인 버거킹코리아에 가맹점 방식을 도입했다. 본사가 직접 투자하는 직영점은 매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가맹점은 빠른 속도로 매장을 확대할 수 있다. 새로 문을 연 가맹점은 현재 3개다. 보고펀드는 144개인 매장을 5년 안에 3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철민 보고펀드 상무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데다 햄버거를 먹고 자란 세대들이 자녀와 함께 햄버거를 먹는 등 고객층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햄버거 가게는 치킨 가게와 달리 동네 상권과 직접 경쟁하지 않아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 없어서 못 사는 ‘귀한’ 몸

미래에셋이 국내에서 성장세가 주춤한 커피빈 인수에 나선 것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젊은층이 차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며 “서구적이면서 쾌적한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커피빈 본사를 인수할지, 아시아시장 운영권을 사 들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식음료업체는 매물이 별로 없어 인수 시장에서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벌다보니 오너들이 웬만해서는 내놓지 않는다. 할리스커피는 지분이 잘게 쪼개져 사실상 대주주가 없다보니 브랜드를 제대로 키우기 어려워 매물로 나올 수 있었다.

버거킹코리아는 두산그룹이 중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에 내놓았다. OB맥주도 두산그룹이 같은 이유로 1998년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팔았고 현재 소유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KKR가 투자금 회수에 나서 앞으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사모펀드#식음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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