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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취재진이 최근 방문한 시니어용품 전문매장 ‘골든프렌즈’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 극장 대기실 안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 최초의 ‘액티브 시니어 전용매장’을 표방한 이곳에는 활동성과 아름다움을 강조한 제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휠체어나 보행기, 각종 의료기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노인용품 매장과는 사뭇 달랐다. 아직도 20∼30년 전을 떠올리게 하는 주변 상가와 달리 녹색과 흰색으로 산뜻하게 연출한 간판도 눈에 띄었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도 남달랐다. 머리부터 바지까지 모두 흰색으로 ‘깔맞춤’(색깔을 맞춰 입는 패션 연출 방법)을 한 배옥임 씨(76·여)는 외출용 모자를 사려고 매장을 찾았다고 했다. 다도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나이를 먹어도 멋지게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을 고객으로 만들려는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중견기업은 물론이고 소규모 기업들까지 뛰어들면서 ‘액티브 시니어에 의한, 그리고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운영을 시작한 골든프렌즈는 유한킴벌리가 액티브 시니어 산업의 본격적인 개척을 선언하며 준비한 일종의 시험무대다. 유한킴벌리는 약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 매장을 열었다. 골든프렌즈에서는 액티브 시니어 대상의 제품 2000여 개를 검토한 후 그중 150여 개를 판매한다. 관리 직원도 모두 60대를 채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중이다.
유한킴벌리가 구상하는 액티브 시니어 사업의 궁극적 키워드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일정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면 노년층과 기업·사회·정부에 모두 도움이 되는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란 구상이다. 골든프렌즈 매장 기획을 담당한 최우혁 유한킴벌리 팀장은 “국가 복지가 해결할 수 없는 노년층 관련 경제·사회적 문제를 시장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티브 시니어를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만드는 일은 이미 소규모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사회적기업 인증의 전 단계)인 ‘폴랑폴랑’은 6월 반려동물을 이용해 심리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유전문가 11명을 50, 60대 여성 위주로 뽑았다. 일의 특성상 젊은 사람보다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윤정 폴랑폴랑 대표는 “상담 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더 많은 시니어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제품을 주로 개발하는 ‘리움’은 소지품 분실 방지 제품 ‘파인드이지’(가칭)를 곧 선보일 계획이다. 이 제품은 바깥 활동이 잦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도와준다. 제품은 중요 물품에 붙일 수 있는 전자태그(RFID)와 물건이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경고음을 내주는 블루투스 시계로 구성돼 있다. 이동훈 리움 대표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액티브 시니어 용품 시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과 관련 업체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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