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홍수 막는 ‘매직블록’ 해외서 로열티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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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벤처기업 ‘에코탑’

최경영 에코탑 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본사에서 ‘에코 매직블록’의 투수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그는 “블록 밑 구멍에 고인 빗물은 토양으로 천천히 빠져나가며, S자 결합은 블록의 내구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최경영 에코탑 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본사에서 ‘에코 매직블록’의 투수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그는 “블록 밑 구멍에 고인 빗물은 토양으로 천천히 빠져나가며, S자 결합은 블록의 내구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4년 전 여름이었습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서울시내 곳곳이 물에 잠기는 것을 보고 보도블록을 물이 잘 통과하게 만들고 그 밑에 빗물을 저장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1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본사에서 만난 최경영 에코탑 대표(47)는 ‘에코 매직블록’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7년 설립된 에코탑은 친환경 건설자재 분야 벤처기업이다.

2010년 여름 집중호우로 서울 광화문광장이 물에 잠기고 이듬해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되자 최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 침수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로를 보고 ‘도시형 홍수’를 줄일 수 있는 포장용 투수(透水)블록, 에코 매직블록을 올해 2월 선보였다.

○ 정부 지원 받아 위기를 기회로

원래 에코탑의 주력 분야는 하천 생태계 복원 사업이었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해 2010년에는 1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러나 2011년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이 분야에 대기업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려 에코탑의 매출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최 대표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투수블록 개발에 나섰다. 그는 “처음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2009년이지만 블록 개발에 필요한 금형 값만 최소 2000만 원이어서 2년이나 아이디어를 묵혔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해 5월 환경부로부터 차세대 에코 이노베이션 기술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24억 원을 지원받아 포장용 투수블록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 기준치보다 성능 30배 높아

최 대표는 제품의 성능을 직접 보여주겠다며 기자를 실험대로 안내했다. 에코 매직블록과 자사의 기존 투수블록, 시공 3개월이 지난 자사의 투수블록에 각각 물 200mL를 부었다. 물이 다 빠지기까지 에코 매직블록은 4초, 기존 투수블록은 37초가 걸렸다. 시공한 지 석 달이 지난 투수블록에는 4분 넘게 물이 고여 있었다.

기존 투수블록은 잘게 부순 돌멩이를 압축해 만든다. 돌조각 사이로 빗물이 빠지는 구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흙먼지가 돌조각 사이를 막아 투수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최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빗물이 블록 간 틈새로 잘 빠지도록 설계했고 블록 밑바닥에는 터널과 같은 구멍을 뚫었다”고 말했다. 에코 매직블록은 흙먼지가 바닥으로 내려와 블록 밑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에 적어도 5년간은 블록 간 틈새가 막힐 염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공간은 빗물을 저장하는 물탱크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에코 매직블록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서울시 실험 결과 에코 매직블록은 시의 포장용 블록 투수 기준치(초당 0.1mm)보다 30배 이상 빗물이 잘 빠졌다. 시공 1년 후에도 투수 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가격은 자사의 기존 투수블록에 비해 10% 싸다.

에코 매직블록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인증(NET)과 환경부의 녹색기술인증을 받았다. 5건의 국내 특허 등록도 마쳤다.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브라질 등 5개국에도 특허를 출원했다.

○ 장밋빛 투수블록 시장

최 대표는 “현재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투수블록 시장이 20년 뒤에는 1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현행 ‘빗물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이면도로와 보도, 광장, 주차장에 투수블록 포장을 의무화하고 2년마다 그 성능을 평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조례 개정안이 시 의회를 통과하면 서울 시내의 보도는 반드시 투수블록으로 포장해야 한다. 이 제도가 폭 12m 미만 이면도로로 확대 적용되면 투수블록으로 덮어야 하는 면적은 4277만 m²가 넘는다.

에코탑은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브라질 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투수블록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데 이어 베트남, 태국, 일본 업체와도 기술 전수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최 대표는 “사계절이 뚜렷한 국내 환경에서 통한다면 에코 매직블록은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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