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쌓아둔 기업예금 313조 ‘돈맥경화’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0일 03시 00분


예금회전율은 6년만에 최저

기업이 은행에 쌓아둔 돈이 30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돈이 많이 풀렸지만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2분기(4∼6월) 3.7회에 그쳤다. 2007년 2분기(3.7회) 이후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진 것이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 및 소비 등을 위해 예금을 인출한 횟수로, 돈의 유통속도를 나타낸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은행의 예금회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줄곧 4회를 웃돌다가 작년 2분기 3.9회로 떨어졌다. 이어 작년 4분기(10∼12월) 4.0회로 일시적으로 높아졌으나 올해 1분기(1∼3월) 3.8회, 2분기 3.7회로 2개 분기 연속 낮아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출구전략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경향도 심해졌다. 기업예금은 2분기 말 현재 312조9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다. 기업이 자금을 잠시 맡겨두는 요구불예금(41조4524억 원)뿐만 아니라 저축성예금(271조4903억 원) 모두 사상 최대 규모였다.

반면 기업들의 투자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상반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상반기(―19.9%) 이후 가장 큰 감소세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예금은행#예금회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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